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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 자존심 회복」 선언/김영수 건축사협 신임회장
입력1996-12-24 00:00:00
수정
1996.12.24 00:00:00
◎“종합건설면허제 불실양산 우려”/설계 시공사에 종속 전문성상실 불보듯/건교부내 전담국 신설등 육성책 세워야/시장개방 대비 「정보센터」 내년부터 운영계획『건축설계는 전문 분야입니다.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건축설계를 시공 부문에 종속시키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대한건축사협회 김영수 회장은 최근 건설교통부가 제정을 추진중인 건설산업기본법과 관련, 건축설계 부문이 대형 건설업체 밑에 들어가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시장개방을 앞둔 어려운 시점에 중책을 맡은 김회장은 지난달 6일 취임 일성으로 「한국건축의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앞으로 2년간 협회를 이끌어갈 김회장을 만나 협회의 현안과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예술과 문화 결집체
시장개방을 앞두고 협회가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 역점을 두어 협회를 운영할 생각입니까.
▲건축업계가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전문화 척도에 달려 있습니다. 건축사가 전문인에 걸맞는 위상을 확보해 고도의 전문지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힘을 다하겠습니다. 또 건축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력 강화, 대국민 서비스 확대에 주력함은 물론이고요. 건축이 건축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속에 파고들어 생활건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겠습니다.
건축사협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은.
▲건축설계가 도시·주택문제의 중심에 있는데도 행정 및 정책 측면에서는 홀대받고 있습니다. 건축에 대한 국민과 정책 입안자들의 인식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회가 나서서 다양한 대국민 홍보와 여론선도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세계적으로 건축사의 역할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건축사가 전문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취임식에서 선언한 「한국 건축의 자존심 회복」은 어떤 의미입니까.
▲건축이 우리나라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때문에 그런 말을 하게 됐습니다. 건축이 소외당하고 있는 데는 행정과 정책의 책임이 큽니다. 건축의 사회문화적 역할과 건축설계의 중요성이 평가절하되는 현실에서는 건축의 전문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습니다. 건축설계 부문이 우리 건설산업 발전에 크나큰 공헌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존심은 반드시 회복돼야 합니다.
건축설계 분야와 관련된 법이 잘못됐다고 거듭 강조하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고쳐져야 한다는 것입니까.
○서비스 확대에 주력
▲우선 건설산업기본법은 설계업체들을 대기업의 영역에 편입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제한법령 개선방안, 건설관리기술법, 건설기술자 신고제도 등이 건축설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양산된 것인 만큼 진정한 건축설계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건축기본법과 같은 독립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건교부 안에 건축전담국 신설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건축설계에 대한 홍보와 대국민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구상하고 있는 계획은 있습니까.
▲먼저 건축이 문화와 예술의 결집체라는 점을 알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 10월 전국건축사대회를 열고 언론을 통한 홍보활동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서울건축사회가 하고있는 시민건축대학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건축종합상담실을 여는 등 서비스의 폭을 넓히겠습니다. 또 매년 서울경제신문과 협회가 함께 여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수준을 더욱 높이고 아시아지역 건축작품전을 임기중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풍부한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외국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로 우리 건축시장이 급속도로 잠식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에 대응한 협회 차원의 경쟁력 강화방안은 무엇입니까.
▲시장이 열리면 외국 건축설계업체들이 국내의 소규모 설계업체들을 대상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해 시장 진출을 꾀할 공산이 큽니다. 이 경우 국내업체들은 외국업체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것입니다. 따라서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협회에서는 이를 위한 대책의 하나로 내년부터 종합건축정보센터를 가동해 건축사들에 게 최신 정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건축연구소 설립을 앞당겨 6천여회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돌아갈 수 있게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연구소 건립 추진도
정부와 건설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실공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부실공사는 설계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불행히도 우리는 지난 짧은 기간동안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고들을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겪은 대형사고들은 전문인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또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적당주의와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측면도 강합니다. 시설물의 유지 및 관리도 잘못돼 있습니다. 설계하중을 무시한 지나친 중량물 적치, 무단 구조변경 등이 화를 불렀습니다. 건설인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설계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주의를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가 건축정책을 결정하는데 건축협회 등 전문인들의 의견이 적절히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사실 건설교통부의 행정 직제가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취약합니다. 공무원들이 건축정책을 입안,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목과 식견을 갖추기 위해서도 조직 확대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협회가 각종 공청회를 통해 연구결과를 만들어 정부에 건의함으로써 충실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노력하겠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설계·시공·감리를 일괄 관리하는 종합건설업면허제도 도입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건축사협회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선진 외국에서조차도 설계와 시공이 분리돼 각각 다른 전문업체들이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를 통합하려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건설산업의 발전은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화되고 체계화된 영역을 구분해 육성할 때 가능합니다. 특히 건축설계 부문이 대형업체에 종속되면 부실설계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또 시공업체가 설계까지 할 경우 설계사무소가 시공업체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해 전문성을 갖춘 설계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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