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없는 깜깜한 밤/ 유성검처럼 광막한 어둠의 귀를 찢고 가는 부싯돌이다"(시, 최동호) 중견시인 조정권, 이하석, 최동호 씨가 각각 자신의 극서정시집을 출간했다. 극서정시(極抒情詩)란 극도로 정제된 단어만으로 짧고 간결하게 묘사한 서정시를 말한다. 대개 15행 이상이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시집'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를 낸 조정권 시인은 "짧은 형태의 시, 즉 언어경제학을 지향하는 서정시가 바로 극 서정시"라며 "요즘 시에서 느껴지는 권태로움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시집'상응'을 낸 이하석 시인은 "서정은 시의 기본적인 바탕"이라며 "독자에게 부담주지 않고 가볍게 소통하길 바라고 썼다"고 말했다. 그는 시를 통해 자연과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각을 세운다. "제 18번곡만 온몸의 생황으로 줄곧 불어대는 새. 우리들의 신청곡을 받지 않네."(새1) "30층 쯤이면 구름체계와 연대하는 창구(窓口)가 왜 없겠는가? 창 열어놓고 담배를 거푸 피워대는 이는 어쨌든 구름공장에 잠입하여 하얀 직원이 되는 걸 꿈꾸겠지?"(구름) 시집 '얼음 얼굴'을 출간한 최동호 시인은 "우리 시단에 장황한 시가 한동안 풍미해왔다"며 "짧고 간결하고 여백이 있으며 명징한 극서정시를 통해 원로와 중진, 젊은 시인이 소통하자는 취지도 녹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통을 지향하는 디지털적 집약의 시가 극 서정시"라고도 덧붙였다. 동석한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이번 시집들은 독자들이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간결한 순수 서정시들"이라며 "한국시단에 언어의 감각과 율동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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