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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내 이름은 칸'

9·11테러가 바꿔놓은 자폐증 인도인의 삶


'내 이름은 칸'은 친절한 영화다. 웃기는 지점과 슬픈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주기 때문에 관객은 영화가 이끄는 데로 즐기면 된다. 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초등학생 수준의 도덕적 판단 기준으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진지한 종교적ㆍ정치적 성찰도 필요 없다. 이 같은 친절함이 싫다면 이 영화는 관객의 지적 수준을 너무 낮게 평가한 심심한 작품이 될 테고 그렇지 않다면 이 작품은 오랜만에 아무런 계산 없이 즐길 수 있는 선한 작품이 될 것이다. 주인공은 발달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도 남자 '리즈반 칸(샤룩 칸)'이다. 그는 지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낯선 사람과 노란색, 날카로운 소리 등을 싫어하고 말과 행동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그가 동생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와 아름답고 착한 만디라(까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꾸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9ㆍ11 테러는 그의 삶을 바꿔놓는다. "서구의 역사는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지. 이제 세 번째 기준이 생겼어"라고 읊조리는 그의 말처럼 9ㆍ11 사건은 무슬림에 대한 미국의 배척이 절정에 달한 계기였다. 세상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을 뿐 다른 차이는 없다고 말하던 그로서는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박해를 받는 게 이해되지 않았고 급기야 미국 대통령에게 "내 이름은 칸이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말을 전하려고 길을 떠난다. 발달 장애 환자가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인도판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는'포레스트 검프'보다는 훨씬 단순한 논리, 즉 좋은 사람이 다른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화려한 색감과 다소 과한 음악, 중간에 등장하는 뮤지컬적 요소는 인도 영화임을 일깨우지만 이 작품은 발리우드의 색채보다는 가볍고 간단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 상업 영화에 더 가깝다. '헬렌 켈러' 소재로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내 2009년 깜짝 흥행을 거둔 인도영화 '블랙'의 신화를 재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무고한 한 사람의 죽음은 전 인류의 죽음과 같다"는 영화의 선한 메시지 덕분이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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