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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보내며

지난 2008년 4월 18대 총선 기간, 언론사에 갓 입사한 기자로 선거 현장에 투입됐다.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는 신출내기 기자에게 주어진 일이란 여론의 관심이 되는 지역구에 찾아가 후보들의 선거 운동을 지켜보는 것 정도였다.

당시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에서 4선 도전에 나섰으나 뉴라이트 계열의 정치 신인인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에게 1.8% 포인트차로 낙선했다. 신 후보의 뉴타운 공약에 지역 주민들이 몰표를 던진 결과다.

먼 발치에서 지켜본 김 고문의 선거운동은 오랜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어눌하고 숙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풋내기 기자는 대중 흡입력 부족을 패배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서둘러 단정해 버렸다.

그 이후 정치 현장을 떠났던 김 고문이 3일 영결식을 끝으로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지난해 12월 30일 그가 사망한 이후 언론들은 60~70년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민주주의를 위해 그가 어떤 고난한 삶을 살아왔는지 조명했다.



민주화 운동 당시의 고문 후유증으로 큰 목소리로 연설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연설을 할 때면 콧물이 흘러 늘 손수건을 준비해야 했다던 그였다. 또 고개도 잘 돌아가지 않아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할 수도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 스스로도 "죽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악몽 같은 시간을 견뎌낸 결과로 생긴 상처를 필자는 '대중 흡입력 부족', '패배의 원인' 등으로 섣불리 결론 내렸다. 또 그가 평생 몸바쳐 일궈낸 민주주의로 권력으로부터의 비판에서 자유로워졌음에도 이 같은 역사성도 무시해 버렸다.

3일 명동성당에서의 영결식을 끝으로 김근태는 우리의 곁을 떠났다. 자신을 고문한 '이근안'을 직접 찾아 역사적 용서를 한 큰 인물, 김근태의 이름 앞에는 '민주주의자'라는 단출한 수식어만 붙었을 뿐이다. 그가 보다 민주화된 다음 세상에서 보다 우렁차고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의 뜻을 펼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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