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보험이 18일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하면서 국내 업체들과 해외 금융사 간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ING가 국내 법인만을 분리매각할 경우에는 KB금융이, 해외 법인까지 일괄매각할 때는 외국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6일 공동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8일 ING생명 예비입찰인의 인수의향서 접수를 시작한 뒤 1차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ING생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법인인 중국∙인도∙일본∙한국∙태국∙말레이시아∙홍콩을 분리매각할지 아니면 일괄적으로 팔지는 인수의향서를 받아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메트라이프와 프루덴셜 등 자금력이 있는 해외 기업들은 일괄매각을 선호하고 국내 기업들은 분리매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은 국내 법인의 자산만 20조8,01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인수가격도 3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게 IB 업계의 추정이다. 만약 아시아태평양 지역법인을 일괄 인수할 경우에는 가격이 더욱 뛰어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AIA생명을 중심으로 한 외국계와 KB금융을 축으로 한 국내 금융사 간 경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ING생명이 국내 법인을 분리매각하게 된다면 KB금융이 가장 유리한 지위를 점할 것으로 IB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ING그룹은 현재 KB금융의 지분을 5.02%(1,940만주) 보유한 3대 주주이다. 따라서 ING그룹이 KB금융에 ING생명 한국법인을 매각할 경우 KB금융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ING그룹은 투자금 회수 극대화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KB금융이 예비입찰에 참여해 경쟁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다면 1차 협상 대상자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흘러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게 되면 0.7%포인트 이상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효과가 나타나게 돼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ING그룹이 KB금융 보유지분을 2년 내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KB금융에 ING생명을 매각하는 방안이 회수금액 극대화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도 자금여력으로 인해 분리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비 입찰기업들의 인수 가격과 방식에 대한 검토를 끝내면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비딩(가격제시)을 높이면 분리매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계 가운데는 AIA생명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AIA그룹은 43억달러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등 인수합병(M&A) 자금이 충분해 일괄 인수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인수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생명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인수 후보군 가운데 7조원의 자금여력이 있는 업체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현재 말레이시아∙인도 등의 분리 인수만 고려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규로 진출하려는 일부 해외 지역 법인을 매입할 의사가 있을 뿐 ING생명의 아시아태평양본부 일괄매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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