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포커스] '불황형 경상흑자' 덫에 걸린 한국경제

2월 64억弗… 36개월째 흑자

원高에 수출경쟁력 떨어지고 환율방어 차질·통상마찰 빌미

원·엔 환율 당국 개입 불구 7년2개월 만에 900원 붕괴


지난 1997년 우리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몰아갔던 '통한의 경상수지'가 약 20년 만에 다시 한국 경제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형태가 좀 다르다. 예전에는 없어서(경상수지 적자) 문제였지만 이제는 너무 많아서(흑자) 문제다.

우리나라는 2월 64억4,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로 36개월째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저 호황에 힘입은 사상 최장(38개월, 1986~1989년)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다. 흑자규모도 엄청나다. 지난해 892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경신한 데 이어 올해는 1,236억달러(LG경제연구원 전망)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려 8.8%에 해당한다. 유로화 출범에 따라 막대한 경상 흑자로 유럽의 부를 빨아들이는 제조업 강국 독일(7.5%·2014년 기준)보다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수준이다.

많아도 너무 많은 경상 흑자는 당장 외환시장에 부메랑(원화가치 강세)이 돼서 날아오고 있다. 28일 오후3시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8원56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으로 900원선이 붕괴됐다. 전 거래일보다 4원70전이나 급락했다. 오후3시 기준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것은 7년2개월 만이다. 다급해진 외환당국이 이날 오전 "일방적 쏠림현상이 나타나면 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도한 경상 흑자는 원화 강세로 연결되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3개월째 뒷걸음치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불황으로 시름이 깊은 우리 경제로서는 설상가상이다.



외환당국이 환율시장 개입을 두고 미국 재무부로부터 두들겨 맞는 근본적 배경은 장기 경상수지 흑자다. 미 재무부는 최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원화가치가 경상흑자와 외환보유액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미국의 노골적인 압력은 당국의 운신폭을 좁혀 환율방어에 적지 않은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4년 6월까지 우리는 총 85건의 반덤핑 제소를 당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세계 각국이 내수부진으로 수출에서 사활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만 경상 흑자가 늘어나니 우리가 집중포화를 맞는 형국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경상 흑자는 국제금융시장 혼란기에 안전판 역할을 하지만 지금 우리 흑자 규모는 과하다"며 "해외투자 확대를 통해 흑자폭을 줄이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