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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2.“주주무시하곤 경영이 안돼요”

한때 `벤처업계의 신화`로까지 불리던 오상수 전 새롬기술 사장. 그는 지난 2001년 자회사인 다이얼패드가 파산 직전에 몰렸을 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소리소문 없이 팔아치웠다. 오 씨는 휴지조각이 될 주식으로 상당한 현찰을 챙기는데 성공했지만 그뿐이었다. 최근 그는 주주를 무시한 대가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벌써 5년이 넘게 생존 기로에 놓여있는 하이닉스반도체. 이 회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주요 안건으로 `21대1 균등감자`안을 내놓았으나 소액주주들은 `차등감자`를 주장하며 계란을 투척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회사는 이후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총결정이 원인무효라는 소송을 당했다. `주주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 주주를 무시하는 기업은 존립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시행되면 `주주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영 최우선 순위가 바뀌고 있다= 재계서열 10위인 금호그룹의 세 계열사들은 최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징계조치(과징금)들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6월 1,298억원의 외화표시채권을 계열사에 매도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으며,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 역시 매입 사실을 감췄기 때문이다. 내년 7월 증권집단소송제가 시행되면 이 같은 행동은 영락없이 `집단소송-)기업이미지 훼손-)경영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과거 라면업계의 최강자였던 삼양식품은 공업용 우지 파동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아무 관계가 없는 삼양사 마저 덩달아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면서 “기업은 한순간 부도덕한 이미지로 각인되면 사실상 회복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주주보호는 `윈-윈게임`= 보수적인 경영으로 정평이 나있는 포스코는 지난달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발행주식의 2%(181만5640주)를 매입, 소각하기로 했다. 주당 1,000원(액면배당률 20%)을 중간배당하기로 했으며 SK텔레콤 주식을 교환사채로 발행해 유동성도 높이기로 했다. 모두 주주들을 최우선 고려한 결정들이다. 최근 포스코 주가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는 기세`다. 주주보호의 주요 수단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기업과 주주에게 모두 득이 돌아가는 `윈-윈게임`이다. 올해 주총에서 이 같은 `윈-윈`의 지혜를 발휘한 기업들이 많았다. 이번 주총시즌에서 LG산전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15%에 달하는 1,962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또 현대하이스코는 보통주 44만5,660만주, INI스틸은 이사회 의결보다 550만주 늘린 1,75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했다. LG전자는 주주 이익배당 범위에서 이사회 결의로 주식을 소각할 수 있는 내용의 정관을 마련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대부분 시장 평균 상승률보다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민후식 동양증권 수석연구원은 “적절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에게 신뢰를 주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게임이 된다”고 말했다. ◇`파이 먼저 키우자`에 `주주보호 아직 미흡`= 주주중시 경영은 단순히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를 아끼지 않아 회사가치를 높이는 것에 좋은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인철 수석연구원은 “주주는 소유권을 바탕으로 경영에 개입하는 적극적인 존재로 성장했다”며 “(주주들이) 목전의 이익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파이를 키운다는 상생의 틀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들의 `주주보호`는 여전히 구호수준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 박근용 경제개혁 팀장은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주이익을 보호하려 들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직도 멀었다“며 “회계장부 열람이나 주주명부 공람 등 주주가 기업경영에 참여하거나 경영관련 정보를 자유롭게 획득할 때 비로소 주주중심의 경영이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공동기획] `비전은 있지만 시스템은 열악` 서울경제연구소의 `신뢰경영` 설문결과 100대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임직원 1,000명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해 `비전은 어느 정도 있지만 시스템은 미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들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73.80점(100점 만점)을 매겨 전체 평균 지수(70.54)보다 높은 점수를 줬다. 회사의 기업이념(철학)에 대해서는 76.80점으로 후한 점수를 내렸다. 반면 기업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체계적 시스템에 대해서는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기업이념이 업무지침이 되는지 여부는 70.20점에 머물렀다. 특히 기업이념을 고양하는 교육ㆍ행사부문의 평가는 67.40점의 초라한 점수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다만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도에 대해 75.20점의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줘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융 경쟁력 배당촉진책이 해법” “우리나라는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시중에 부동자금 360조원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돈이 증시로 흐르면 금융에 피가 돌게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기업들이 배당을 제대로 하고, 투자자들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주식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된다.”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한 간담회에서 배당의 중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기업의 배당 활성화-)우량주 장기투자관행 정착-)기업투자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배당촉진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첫 단추로 한국증권거래소는 지난달 21일부터 배당실적이 좋은 상장기업들의 주가흐름을 보여주는 한국배당주가지수를 도입했다.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며 제자리를 맴돌아 투자자가 주가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기업이 주주자본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배당을 늘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성진기자, 김영기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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