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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8월 25일] 타성에서 벗어날 시기

파이낸셜타임스 8월 24일자

지난 18일 공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가 이제 일주일만 남았다. 일본 유권자들은 54년간 지속된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를 종식시킬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사실 자민당의 그동안 업적이 크게 형편없다고 할 수는 없다. 자민당은 1955년 집권 후 35년 동안 국가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쟁으로 무너진 경제를 화려하게 부흥시키면서 전세계의 부러움을 샀고 이와 함께 계층 간 평등과 사회통합도 계속 추진했다. 이를 위해 일본의 강력한 관료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자민당의 정치중심 체제는 일본 국민에게 부의 배분을 촉진하며 나름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거품경제의 붕괴와 함께 장기불황이 시작되고 냉전시대도 끝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자민당을 지탱해온 수출지향적 경제체제와 미국에 의존하는 안보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자민당이 권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타성에 젖어 변화를 두려워하는 유권자들과 전략적 차원의 정당 간 연합 때문이었다. 또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라는 인기 좋은 정치인이 총리가 되면서 ‘자민당이 이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국민을 달랜 것도 한몫했다. 일본은 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 정치인들은 침체된 경기의 회복방안, 고령화 사회 대처, 여성능력 활용 등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또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막대한 국가채무와 현행 평화헌법 때문에 외교적 재량권이 제한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 역시 모든 해결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자민당 탈당자, 사회주의자, 기술관료 등이 뒤섞여 있어 당론이 분명하지 않다. 확고한 입장이 없는 외교정책은 동맹국 미국을 불안하게 한다. 또 정부재정의 확보수단을 확실히 마련하지 못한 채 정부지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권교체가 최우선 목표인 민주당이 다소 실현가능성 낮은 공약을 내놓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안정만을 고집하는 일본 유권자들은 그동안 자민당의 집권을 계속 허용했지만 이제 그 습성을 버릴 때가 됐다. 일본 국민이 이번에는 모험을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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