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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조선족 이야기

『여권(旅券)을 잘 가지고 계신 지 확인해 주십시오.중국에서는 여권이 없으면 꼼짝할 수 없습니다. 호텔에 숙박할 수도 없고 중국밖으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 여권을 분실하면 재발급 받는 데 최소 20일이 걸립니다.두달 이상 걸린 사람도 있었습니다.』중국 선양(審陽)에 도착한 한국의 단체 여행자들에게 조선족 현지 가이드는 「여권 조심하라」는 주의로 말문을 열었다. 그냥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버스를 내리고 탈 때마다 되풀이했다. 『한국사람의 여권이 중국에서는 돈이 됩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해서 50~60만원, 미국과 일본의 비자가 있는 것이면 200만원은 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주 큰 돈입니다.』 『조선족으로서 이 세상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한국이고 가장 가기 힘든 곳도 한국이라고 말합니다. 좀처럼 비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들어가서 일할 수만 있으면 금방 부자가 된다고 조선족들은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녀온 사람들은 부자가 됐습니다. 한국은 꿈의 나라입니다.이곳에서는 한국에 가는 비공식 비용이 700만원이 든다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월급이 10만원 안되니까 엄청난 액수입니다. 대부분이 집과 가재도구를 팔아 마련하는데 그런 돈을 싸다 주면 수속하는 과정에서 사기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돈을 받은 실력있다는 사람들이 도망을 치는 것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갔다가 쫓겨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가려고 애쓰는 것은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어서 입니다. 한국에서 1년만 일하면 모든 비용이 다 빠지고 2년을 더 일하면 새 아파트와 가전제품들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2년 정도 고생해서 사업밑천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5년을 일한다는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에서 아무리 비자를 규제한다해도 현재 대략 10만명의 조선족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불법체류라는 약점으로 열악한 환경의 공장·식당·가정집에서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아도 묵묵히 일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왕 한국에서 일하는 거 애 먹이는 규제에서 벗어나 떳떳하고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조선족들의 피눈물 나는 생존노력은 곧 우리 역사의 한 장(章)입니다.』 『한국의 IMF사태로 조선족들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관광객이 5분의 1로 격감하고 한국에서의 송금이 급감하자 조선족 사회의 극심한 불경기와 실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다소 회복됐다고는 하나 아직 불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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