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데미안 허스트’로 성장할 영국의 옐로칩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11명의 작가로 구성된 ‘아이러니&제스츄어’전. 이 시대를 바라보는 아이러니한 시선과 영국인 특유의 블랙 유머가 개성 있게 선보인다. 이들은 데미안 허스트를 위시한 yBa 작가의 뒤를 잇는 성장세력이다. 전시장에 들어서 발을 딛는 알록달록한 바닥부터가 작품의 시작이다. 리차드 우즈(42)는 판화기법으로 합판조각을 제작해 벽면과 바닥에 붙여 건축공간을 재구성하는 작가. 감상자에게 작품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상징이 담긴 패턴으로 환경과 공공성의 의미에 대해 짚어준다. 디자인을 전공한 샘 벅스톤(36)의 정교한 철제 설치작품은 탄성을 자아낸다. 종이처럼 얇은 철제판(0.48cm)에 사무실, 슈퍼마켓, 공원 등을 그린 뒤 정교하게 잘라 ‘팝업북’처럼 작품을 만든다. 돋보기로 봐야할 것 같은 편집증적 치밀함에는 빠듯한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도 뒤섞여 있다. 왕립미술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배철러는 ‘1파운드숍’에서 구입한 빨래집게와 머리빗, 거울 등 플라스틱 소재로 20세기를 대변하는 기둥을 세웠다. 조잡한 재료들이 사용됐지만 작가는 “시대의 문화는 플라스틱의 색깔로 대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경 속 바벨탑 배경에 잡지 사진을 오려 붙인 데이비드 맥의 콜라주 작품을 비롯해 영국 팝아트의 창시자 리차드 해밀턴,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MBE)을 받은 잉카 쇼니바레, 찰스 에이버리, 데이비드 슈리글리, 사이먼 패터슨, 새라 픽스톤, 개리 웹 등이 참여했다. 영국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지윤씨는 “테이트 모던, 모마 등지에서 전시했던 유망 작가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저평가돼 있어 주목 받고 있는 ‘영국의 옐로칩’인 만큼 관심가질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다음달 14일까지. (02) 733-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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