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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70기원..'전 개최 강건희씨
입력1999-05-30 00:00:00
수정
1999.05.30 00:00:00
최형욱 기자
『건축 공간이란 아름다워야하고, 인간 중심이어야 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합니다.』올해로 환갑을 맞이하는 강건희(60)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지난 29일 자신의 예술인생을 회고하면서 변함없는 정진을 다짐하는 「170 기원 조형설치행위전」을 개최했다. 주제는 「시간·자연·공간」. 장소는 때로는 자신의 쉼터가 되고, 때로는 예술적 자양분을 흡입하는 조치원 봉산리의 묘미당(卯未堂).
여기서 170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생(生) 80(耳順), 결혼한 남녀의 혼(婚) 50(金婚), 자기만의 길을 뜻하는 업(業) 40(停年)을 더한 수치이다. 즉 강교수는 170이라는 숫자가 인간의 모든 행복과 생성·성장·소멸로 이어지는 시간성의 아름다움을 담고있다고 본다.
『자연은 파괴해야 보존됩니다. 자연을 이렇듯 인간중심으로 아름답게 파괴하는 게 건축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파괴하지 않으면 자연이 망가지는데 동·서양 사상을 들여다보면 파괴의 기본요소가 3·5·8·12이라는 숫자에 담겨있습니다.』
묘미당은 강교수 건축철학의 실험장이다. 그는 지난 87년 합천댐 공사로 수몰위기에 처해있던 거창 남하면의 한 민가 안채를 사서 원형그대로 봉산리로 옮겨와 지금의 묘미당을 만들었다. 묘미(卯未)라는 이름은 강교수와 부인 전희자씨의 출생연도인 기묘년(己卯年)과 계미년(癸未年)에서 따왔다. 이번 전시회는 그 결실. 강교수는 10년이 넘게 나무와 흙, 돌, 짚검풀 등 하찮은 것들을 이용해 묘미당과 그 주변을 인간적이고 생명이 넘실대는 공간으로 꾸몄다.
묘미당을 둘러본 시인 장시종씨가 「그의 완성은 허물어짐에 있다. 구름이 허물어져서 또 다른 구름을 만들 듯 일상을 허물어뜨려서 본능의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풍각(바람조각)쟁이다.」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그 작업은 성공한 모양이다.
『그동안 꽤 많은 건축 작품을 설계해왔는데 예산이나 규제때문에 생각대로 작품이 만들어지질 않더군요. 이제 내 돈들여 마음껏 공간을 꾸며 학생들에게 건축이란 이런 것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경복고 시절에는 럭비팀 주장이었고, 95년 식도암, 98년 뇌경색 등 2번의 사형선고를 이겨낸 강교수. 그는 건축학계에서 「팔방미인」으로 꼽힌다. 주위의 표현을 빌자면 「특기가 없는게 특기인 사람」이다. 그는 건축, 도시계획, 조경 및 공원(公園), 인테리어디자인 등 거치지 않은 관련 분야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전문가는 많은데 건축의 각 분야를 조율할 수 있는 토털 디자이너, 혹은 토털 컨덕터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각 분야에서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그렇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교육자가 되기를 바란다.
『저는 미적 재산 등 재산이 많습니다. 특히 인적 재산이 많지요. 굳이 예술과 제자 중 하나를 양보하라고 한다면 예술을 포기하겠어요. 예술활동은 나 아닌 사람도 할수 있지만 교육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그의 제자 사랑은 남다르다. 강교수는 70년대부터 방학때만 되면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건축 흐름을 슬라이드로 담아와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요즘도 외국에 가면 사진부터 찍는 게 일이라고 한다. 그가 건축 공간에서 인간을 가장 중심에 놓으려하는 것도 그의 성격탓일 것이다.
30년전의 일이다. 친구 하나가 자신의 회사가 부도나자 자살을 결심했다. 그때 그는 건축설계로 받은 돈 360만원, 당시로선 엄청난 돈을 통째로 그 친구의 단골술집 「대연각」에 맡겼다. 기죽지 말고 마음껏 술을 마시라는 얘기였다. 덕분에 재기한 그 친구는 묘미당을 꾸밀때 직접 와서 손이 부르트도록 돌을 같이 날랐다고 한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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