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송현 칼럼] ASEAN을 넘어 동북아공동체로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이 성과 없이 끝났다.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이 세 확장을 위해 도입한 이른바 ‘ASEAN+’틀에서 보면 지역 협력의 범위로 봐 전지구적 현안을 다루는 최상위 모임이다. 중국ㆍ일본ㆍ한국이 ASEAN+3, 인도ㆍ호주ㆍ뉴질랜드가 ASEAN+6을 구성한다면 EAS는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지역 기구다.

유럽이나 미주 대륙에 비해 아시아에서 지역 공동체 형성을 위한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유럽은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이라는 지역 공동체를 결성한지 반세기가 지났고 남미는 2008년에 메르코수르(MERCOSURㆍ남미공동시장)와 안데스공동체 12개국이 남미국가연합(UNASUR)을 출범시켰다. 비록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 사이의 경제협력 단계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북미와 남미가 공동보조를 취할 경우 EU를 대신하는 최대의 지역 공동체가 나타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21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느슨한 지역 기구다. 역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무역자유화 일정에 합의했지만 지역 공동체로 기능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경제협력과 지역 안보를 위해 10개국이 만든 ASEAN은 APEC에 비해 탄탄한 지역 공동체지만 미국의 안보ㆍ외교적 이해와 중국의 경제적 이해 사이에 끼어 과거와 같은 결속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ASEAN이 APEC을 견제하기 위해 ASEAN+ 틀을 적극 활용하면서 아시아태평양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EU가 흔들리면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공동체 건설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공동체의 모범으로 간주된 EU는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가입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로 나눠져 있고 유로존 국가들 중 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등에서의 재정위기는 EU의 미래에 불안한 징조가 되고 있다. 과연 EU가 연방주의를 공고히 함으로서 오늘의 분열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에 대해 긴축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조건 아래 구제금융에 나섰다.



EU의 고민은 잘 사는 북부 지역과 못 사는 남부 지역 사이의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화폐통합을 서두른 데 있다. 단일 화폐 아래 서로 다른 사회경제정책을 쓰면서 재정 통합을 시도하다 보니 불균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오늘의 재정위기로 인해 경제통합에서 사회통합은커녕 정치통합으로의 전도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유럽은 지난 천여년 동안 얼룩진 상호 간의 전쟁을 넘어 평화를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EU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화해를 들 수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한국ㆍ중국ㆍ일본 사이의 영토분쟁과 역사왜곡으로 인해 서로의 협력과 상생이라기보다 갈등과 긴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ㆍ중국ㆍ일본이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짐으로써 EU와 같은 초국가적이지는 않지만 정부 간 협력체의 구성을 통해 성장ㆍ환경ㆍ안보ㆍ자원ㆍ금융ㆍ위험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실상 세 나라의 경제 규모는 ASEAN에 비해 10배 이상에 달한다.

미국 코넬대학의 저명한 정치학자 카젠슈타인은 지역은 ‘자연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러므로 지역 공동체는 단순한 사람과 재화의 교환을 넘어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미래 한국의 지도자는 국익을 위해 지역 공동체의 이점을 선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을 지녀야 한다. 여기에 한중일 NGO들이 나서서 시민사회로부터 서로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와 교류의 장을 열어 간다면 맹목과 아집을 넘어 극도의 국가주의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