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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환영속 노동계 엇갈린 시각
입력2004-02-08 00:00:00
수정
2004.02.08 00:00:00
최인철 기자
8일 노사정이 임금안정과 고용안정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타협을 이뤄냈지만 협약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을 대거 보유한 민주노총이 협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합의문에 구체성이 결여돼 앞으로 추진방법을 놓고 갈등을 빚을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현장에 있는 노조원과 경영진이 선뜻 고통분담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환영하는 재계와 부정적인 민주노총=재계는 이날 합의를 적극 환영한 반면 민주노총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대조적인 양상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활성화를 통한 기업의 투자확대가 긴요한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이번 협약에 포함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노사정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이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날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유보하면서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부 집행부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임금인상 자제는 사용자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임금을 인상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자본여력이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을 위해 쓰일 채널이 없는 상태에서 임금인상 자제는 임금억제의 수단으로만 사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석행 사무총장도 사견임을 전제로 “고용안정을 완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노조와 협의를 통해 인원을 최소화하는 것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생산성 향상 정도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정하는 것도 구체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협약안에 대한 입장과 새 집행부의 정책방향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회협약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근로자의 `임금안정(동결이나 저율인상)`으로 대규모 사업장의 60~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강력 반발할 경우 사회협약은 화려한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강제적으로 이행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제재수단이 없는 등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험난한 앞길 될 수도=당장 합의된 핵심사항에 대한 해석을 놓고 한국노총과 경총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향후 2년간 임금안정`이라는 부분에 대해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임금안정은 사실상 대기업의 임금동결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노동계가 사실상 동결한다는 정신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임금동결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또 한국노총은 자신들이 이미 단위사업장에 지시한 올해 임금 10.7% 인상방침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밝히는 등 모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최대변수=앞으로 사회협약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변수는 민주노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과 경영계ㆍ정부가 이 협약에 동의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대규모 강성 사업장을 보유한 민주노총이 `어떻게 행동을 취하냐`에 따라 노사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기 때문. 특히 대화를 중시하는 이수호 위원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일부 간부들이 입장을 밝힌 대로 과거 단병호 위원장처럼 강력히 반발하면서 투쟁을 벌일 경우 사회협약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이를 일부 수용하는 등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힐 경우 사회협약은 진전을 보이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인철기자, 전용호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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