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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과 포퓰리즘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청은 최근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 대해 주민들이 스스로 실시하는 사적 주민투표라고 봤다.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실시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는 공적 주민투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 결과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을 가질 수 없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번 사적 주민투표는 부안군민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한 여론조사의 성격을 가지는데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다른 점은 표본을 추출하지 않고 모든 투표권자를 상대로 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시설을 지역주민의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 한다면 우리의 앞날은 정말로 암담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기고된 한국 관련 논평을 통해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핵심요인으로 산업활동과 국민생활을 위한 생산전력의 40% 이상을 담당하면서 경제발전에 기여한 원자력발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을 적시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일부 사회학자들은 지방분권에 걸맞은 원전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사회상식적 측면에 비춰볼 때 논리 비약이다. 원자력발전을 지방분권화에 반하는 중앙집권화의 상징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을 하는 나라 중에는 지방분권화가 오랜 옛날에 이뤄진 나라도 있고 중앙집권적 체제를 계속하는 나라도 있다. 전자로는 미국ㆍ영국ㆍ일본ㆍ독일ㆍ스위스ㆍ스웨덴ㆍ스페인ㆍ벨기에 등이 있고 후자로는 옛 소련이나 프랑스ㆍ타이완 등이 있다. 원자력발전은 중앙집권이냐 지방분권이냐와는 관계가 없다. 원자력발전사업의 안전성에 관해서는 중앙정부의 규제를 받는 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적 추세이고 아울러 지방정부로부터도 수많은 허가와 인가 등 지방분권적 안전규제를 받고 있다. 지방정부가 원자력발전의 안전운영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감시하고 참여하고 있는 만큼 원자력발전과 지방분권화는 별 관련성이 없다. 또한 원자력발전이 핵폭탄에 비유할 정도로 가장 위험하고 그 어떤 발전방식보다 비싸며, 우리의 안전을 원자력 전문가들에게 맡겼다는 주장은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단체들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원전을 핵폭탄에 비유하지만 원전과 원자폭탄은 근본적 원리가 다르다. 원자폭탄은 우라늄-235가 100% 가까이 농축되고 핵폭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계)질량(25kg)과 크기(소프트볼 정도)가 돼야 하는 반면에 원전에서 사용하는 우라늄-235는 2~5% 농축한 것으로 임계질량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 폭발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은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지선정에서부터 설계ㆍ건설ㆍ운영의 각 단계에서 철저하게 안전성이 추구되는 만큼 그 어떤 산업시설보다도 안전하며 환경을 보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자로는 출력상승을 스스로 억제하는 기능과 긴급정지장치 등이 자동시스템으로 돼 있고, 감속재로 물을 사용하며, 다중방호설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체르노빌원전과 같은 폭발사고(체르노빌원전은 감속재로 사용하는 흑연이 고온에서 수증기와 반응해 화재로 폭발) 위험이 없다. 또한 우리가 지불하는 전기요금에는 원자력에 관한 모든 비용(건설에서 해체까지)이 들어 있으며 우리가 세계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바로 원자력 때문임은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미국 MIT 공대 교수들이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해 원자력발전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미국정부에 제안한 것과 유럽의회가 유럽연합(EU)의 헌법조약 초안에 원자력기술의 추가 개발을 계속 요구하는 조항을 넣은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생활과 산업활동을 위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국가운영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자원보다는 기술의존성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준국산 에너지인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은 피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핵심과제로 `지방분권`을 제시했다고 해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의 근간인 총발전량의 4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에 `지방분권` 논리를 들이대는 발상은 전형적인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라고 본다. 국가경제의 장래를 좌우할 에너지(원자력발전)정책에 침투하는 포퓰리즘은 우리 후손과 국가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 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은 원자력발전을 국익 차원에서 수용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에 지으라`는 반발까지 있다.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의 하시모토 하사시 촌장은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을 유치해 재정자립도가 80%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주민들의 삶의 질도 괄목할 만큼 향상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너지 해외의존도 97.3%)도 일본에 이어 지역주민들의 합의에 의해 준국산 에너지인 원전 가동을 위한 필수시설인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을 유지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강기성 <사단법인 전력경제硏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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