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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은 공격력보다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걸로 나오는데 방어력을 높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번 보스를 상대할 때는 칼보다 창이 더 유용할 것 같은데요. 혹시 도끼는 사용해보셨나요?"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노형도에 위치한 넥슨네트웍스 사무실. 바다가 보이는 사무실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오가는 대화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내용으로 가득했지만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묻어났다.
넥슨의 자회사인 넥슨네트웍스는 넥슨이 운영하는 게임 전반에 대한 고객상담 업무를 담당한다. 하루에 걸려오는 고객들의 상담전화는 400~500여통. 게임 종류만 '메이플스토리' '카운터스트라이크' '카트라이더' 등 30여종에 이른다. 게임 내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괴롭힌 상대방 연락처를 달라거나 아이템이 사라졌다며 환불해달라는 고객도 있지만 대부분은 넥슨의 게임을 애용하는 건전한 고객들이다. 강태헌 사원은 "게임회사라고 해서 24시간 고객상담 업무를 받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며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다양한 사내 동아리 활동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넥슨은 작년 10월 경기도 판교에 있던 넥슨네트웍스 본사를 제주도로 옮겼다. 설립 초기만 해도 제주도 근무인원은 3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50명으로 늘었다. 직원의 90%가 제주도민이고 남성의 비중도 절반에 달한다. 통상 콜센터는 여성 인력이 대부분이지만 게임이라는 업무 특성상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넥슨네트웍스가 제주도에 문을 연 지는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제주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어오고 있다. 취업문을 뚫지 못한 대학생들이 육지로 터전을 옮기는 대신 넥슨네트웍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연봉이나 복지도 대기업 못지 않는 데다 제주도 기업이라는 인식도 젊은 층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넥슨네트웍스에 먼저 들어온 직원들이 친구와 가족들에게 회사를 소개하면서 쌍둥이 형제나 부부가 함께 근무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김철 넥슨네트웍스 사업총괄 이사는 "제주도에서 1년에 배출되는 대학생이 5,000여명이 되는데 최근에는 이들 상당수가 넥슨네트웍스 입사를 희망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도 지역경제 선순환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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