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수출)로 흥한 자는 칼(수출)로 망한다." 지난 2001년 7월30일 폴 새뮤얼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서울경제신문 송현칼럼에 남긴 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회복된 한국 경제가 어떻게 나갈 것인지에 대해 새뮤얼슨 교수는 "내수시장을 확대해 유럽과 미국의 경기변동에 흔들리는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8년이 지난 2009년에도 새뮤얼슨 교수의 조언은 한국 경제의 방향타가 되고 있다. 새뮤얼슨 교수는 송현칼럼을 통해 미국 경제는 물론 유럽ㆍ신흥국 경제 그리고 한국의 정책방향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80대의 나이에도 송곳처럼 날카로운 그의 지적은 글로벌 경제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경제와 정치의 역학관계에 대한 새뮤얼슨 교수의 칼럼은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찌르기도 했다. '경제현실과 정치적 기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새뮤얼슨 교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자유무역을 주장하다가도 철강업체와 손잡은 것을 '지그재그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부자 감세가 미래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감세정책을 통한 자본소득세가 줄어들면 얼마나 재정에 위험이 큰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가 현재보다 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뮤얼슨 교수는 송현칼럼에서 확률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현대경제학이 과학이 됐다기보다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2003년 2월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에 대한 글에서 2002~2003년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30% 이하, 중폭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을 50%, 실질 국내총생산 2~3% 정도로 미국이 강한 회복세를 보일 확률을 6분의1이라고 제시했다. 88세였던 새뮤얼슨 교수는 2003년 12월 마지막 송현칼럼에서 동유럽 사태를 예고라도 하듯 동유럽의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치를 배제하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미국은 향후 2005년까지는 다른 국가들에 좋은 이웃이 될 것이다. 100% 자본주의도 없고 100% 사회주의도 없는 현대 글로벌 혼합 경제의 덕이다. 분명 유럽연합(EU)의 문턱을 두드리고 있는 동구 유럽국가들에는 길조다. 오는 2010년이면 이전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구 유럽국가들이 과거 일본이나 한국이 보여줬던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게 되기를 바라자. 그것은 진정 행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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