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가 결국 인도 최대 가전업체 비디오콘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때 세계 100여개의 생산ㆍ판매 법인을 운영할 정도로 ‘대우’의 세계경영 표상이었던 이 회사에 대한 본 입찰 참가 5개 업체 중 비디오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말레이시아의 펀드가 투자자도 없이 재무적 투자자만 들어온데다 정체마저 불투명해 투기적 성향이 짙은 것으로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그룹의 ‘먹튀’ 논란이 제기되는 등 투기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투기펀드 나홀로 인수는 곤란=국내 가전업계 3위인 대우일렉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등 동남아와 유럽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곳이었다. 때문에 지난 4월 채권단이 매각공고를 낼 당시 미국의 월풀을 비롯해 대표적인 해외 가전 업체들이 대부분 참가할 정도였다. 이후 5월에 실시된 예비입찰에는 8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지난달 17일 마감된 본 입찰에는 인도 최대 가전업체인 비디오콘ㆍ리플우드 컨소시엄, 말레이시아투자펀드 네오에쿼티, TECOㆍMBK파트너스 등 5개 업체가 참여했다. 인수 초반부터 비디오콘이 유력한 후보자로 예측됐으나 막상 본 입찰 가격을 받아본 채권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략적 투자자도 없이 단독으로 들어온 말레이시아펀드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채권단은 네오에쿼티를 부적격자로 탈락시키고 비디오콘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2곳을 우선협상자와 예비협상자로 각각 선정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네오에쿼티가 가격은 높게 제시했지만 펀드로서 갖춰야 될 잔액증명 등 기본적인 요건조차 확인이 안돼 자격미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투기펀드에 팔린 기업 가운데 아예 없어지거나 또다시 매물로 나와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감안해 결정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헐값매각 시비 일 듯=대우일렉트로닉스는 99년 8월25일 ㈜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 등 12개 대우그룹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되기 1년여 전인 98년 12월까지만 해도 삼성자동차와 ‘빅딜’이 추진될 정도로 비중 있는 회사였다. 한때 폴란드 등 전세계에 100개가 넘는 생산ㆍ판매 법인을 운영할 정도로 대우의 ‘세계경영’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99년 대우그룹의 부도와 함께 2000년 1월 채권단과 워크아웃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해외매각이 결정되면서 하염없이 새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2002년 3월 채권단이 해외매각을 포기하고 그해 11월 대우모터공업이 대우전자를 인수,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재탄생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폴란드 텔레비전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서고 베트남 냉장고 시장에서는 3년 연속 선두를 달리는 등 옛 대우전자 시절의 저력을 보이며 매출액 2조3,000억원, 순이익 939억원의 성과를 거두었다. 매각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6,000억원 중후반대에서 결정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규모(1조6,549억원)에 비해 매각가격이 낮은 것은 부채가 1조2,000억원에 달하기 때문. 인도 비디오콘은 인도 최대의 가전업체로 지난해 프랑스 기업인 톰슨의 브라운관 TV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인도와의 경쟁관계를 감안할 경우 너무 싼 가격에 판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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