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밥상의 위기] <상> 잊을만하면 식품 파동

"뭘 먹나…" 장보다가 한숨만<br>검역등 규제 미비가 파문 사실상 방치<br>안전 불감증도 문제

국내 수산물에서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돼 수산물 안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7일 국립수산물 품질검사원 인천지원 분석실에서 한 연구원이 수산물의 시료를 채취, 말라카이트 그린 함유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

장보기에 나선 김모씨는 생선코너 앞에서 이내 당혹감에 빠졌다. 국산 양식어류에서 암 유발물질이 발견됐다는 발표에 민물생선을 좋아하는 남편 얼굴이 어른거렸다. 중국산 어패류는 지난 꽃게파동 이후에는 웬만하면 꺼려왔기에 당분간 생선이라면 구입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코너에서 파는 꼬마김밥에 막내 아이의 시선이 꽂혔지만 유난히 흰 밥 색깔이 마음에 걸렸다. 표백제 범벅이라는 중국산 찐쌀로 만든 게 아닐까 싶어 발걸음을 돌린다. 다부진 마음으로 간식매장을 지나치려니 학교에 있을 큰 아이 생각이 난다. 집에서야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점심 급식이 과연 안전하긴 한 걸까. 남기면 안된다고 강조해온 김치가 제일 문제일지 모른다는 보도를 접하고 엄마로서의 자긍심도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즐기던 차 한잔의 여유도 이젠 포기해야 할 성싶다. 할인점에서 팔던 차 종류에까지 대량의 납이 들어 있었다는 발표를 접한 후 불안해하느니 먹지 말자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다. 앞쪽 유기농매장에 눈길이 가지만 2~3배에 달하는 가격에 구멍 난 가계부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무엇을 사야 할까.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지속되는 식품파동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김치ㆍ차ㆍ찐쌀ㆍ생선 등 중국산 저가식품에 이어 안전성을 강조해온 국산 민물고기에서까지 암 유발이 의심되는 성분이 검출되며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식품파동=근래에도 국산 식용유 등에 GMO콩 사용 논란, 기능성 음료 방부제 논란, 김밥 전문점 90%에서 식중독균 검출 파문, 라면 스프 내 나트륨 과다, 과즙우유 당분 과다 등 식품 안전성을 의심케 하는 각종 발표가 잇따르며 먹을 거리에 대한 신뢰도가 극도로 떨어진 상태다.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져 문제가 된 식품뿐 아니라 연관 먹거리에까지 덩달아 불똥이 튀는 경우도 상당하다. 실지로 한 유통업체에서는 수입산 장어가 문제가 돼 매장을 철수한 이래 국내산 장어의 판매량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분의1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광어ㆍ대게 등을 취급하는 상인 H(39)씨는 “문제가 된 건 민물생선이지만 우리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걱정”이라며 “손님들마다 이야기를 꺼내며 지금까지도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어떻게 믿느냐고 해 덩달아 손님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미비가 사실상 파문 방치=계속되는 파동에도 불구하고 기민한 대책을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규제를 담당할 통일된 주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 검역기능만 해도 농림부의 식물검역소, 보건복지부의 식품의약품안전청,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으로 쪼개져 있다. 이밖에 선진국에 비해 관련 기준도 미약하고 검사인력 및 장비도 부족하다. 실지로 수입 농수산물의 80% 가량이 서류검사나 눈ㆍ코 등에 의존하는 관응검사를 하고 있으며 정밀검사는 약 20%에 불과한 상황이다. 통관이 차일피일 늦어지다 보니 수입단계에서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수입업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이는 저급한 중국 농산물이 국내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산둥반도 인근 해안도시 등은 한국행 ‘맞춤형’ 싸구려 가공식품을 제작하는 기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문제가 된 찐쌀 제조업체 사장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으로 추정될 만큼 규제미비는 중국을 ‘가장 저렴한 식품의 유입경로’로 자리하게 만들어 국민의 식탁을 멍들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중국과 인천항을 오가는 배 승객의 3분의1을 차지한다고 여겨지는 ‘보따리상’ 역시 1인당 제한물량을 지키는 한 별다른 규제 없이 식품을 자유롭게 반입하고 있다. 남철 중국 연변주정부 농업위원회의 국장은 “한국행 수출의 경우 중국 수출업자와 한국인 수입업자가 결탁해 싸구려 제품만을 유입해가는 형태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면서 “중국이 아직 교통이나 생산기반 시설 등이 미비한 점 등을 고려해 계약 재배 단위로 양질의 식품을 수입해가는 일본ㆍ미국ㆍ유럽 등지와는 무척 다른 행태”라고 꼬집었다. ◇안전불감증도 문제=소비자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다. 한 할인점 관계자는 “가공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면 매대에서도 철수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웬만한 파문의 경우 일 이주일 뒤면 매출이 회복되기 마련이어서 한달 이상 진열물량을 줄이는 사례가 되레 드물다”고 귀띔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