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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영문과 유재기씨] “삶은 끝없는 도전이죠”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정신이 부족한 자식과 직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시작한 공부인데 학과수석까지 차지하게 돼 무척 기쁩니다” 건설업체를 경영하면서 손자를 둔 할아버지 대학생 유재기(57)씨가 졸업평점 4.18(4.5만점)로 중앙대 영어영문학과(야간)를 수석 졸업하게 됐다. 그는 오는 21일 합동학위수여식에서 `학술상`까지 받게 된다. 지난 66년 대경상고를 졸업한 유씨는 가정사정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 후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능력보다는 고졸이라는 학력 때문에 승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학업에 대한 열망을 키워왔다. 특히 지난 83~86년 SK건설 말레이시아 건설현장 근무 때 영어를 제대로 못해 중도에 귀국 당할 처지에 놓이면서 영어는 그 누구보다 잘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땐 정말 아찔했어. 영어를 못하니까 현장 직원들과 의사소통도 안돼 지. 그러니까 회사에선 당연히 귀국시키려고 한 거지”유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적지않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며 영어영문학과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92년 창호공사 전문 건설업체인 제네콘(GENECON)을 설립하고 자리를 잡으면서 학력문제와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곧바로 서점에 가서 수능시험문제집을 모두 사 가지고 왔지만 사무실에서 곧바로 펴 볼 수는 없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어느 토요일 오후 문제집을 풀어 보고는 본격적으로 시험준비에 들어갔다. 나이가 오십을 훨씬 넘긴 사람이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별도의 선생님도 없이 혼자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공부하다 보니 점점 자신감을 잃어 수능시험일이 다가오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능 당일 며느리는 도시락을 싸고 아들은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대기하는 등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로 시험을 치르게 됐고 합격의 감격을 맛보았다. “글쎄 경비원이 학부모는 시험장에 들어가시면 안 된다며 제지하는 거야 참 황당했지” 유씨가 말하는 수능시험일의 에피소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모 통신회사 광고문구처럼 강의실에서 유씨는 막내 자식 뻘 되는 학생들과 스터디활동도 하고 간식도 같이 먹으러 가는 등 격의 없이 지냈고, 교수님들의 격려 속에 중도에 탈락하지 않기 위해 학과공부에 정열을 쏟았다. 지난 4년 동안 가족, 친지, 거래처 등에 양해를 구하고 꼭 필요한 모임에만 참석하고, 공부에 매진한 결과 8학기 내내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같은 학년 학생들에게 `아저씨, 선생님, 형, 왕형`으로 불리는 유씨는 학생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취업 시 면접요령과 대인관계 등 사회인으로서의 자세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2003학년도 중앙대 일반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 합격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대학원에서 말레이시아 근무당시 배웠던 `Manglish`를 비롯,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에 대한 특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볼 작정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나약해요. 좌절 하더라도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이라는 단 열매를 얻을 수 있거든요” 유씨는 평범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도전은 계속된다`는 말을 다시 강조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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