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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11월 8일] 정서적 풍요주는 '작은 사치'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일 발표한 ‘2008년 대국민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인 계층의 예술행사 관람률은 2년 전에 비해 4~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전시와 공연ㆍ영화 등의 예술행사 전체 관람률은 67.3%로 2006년(65.8%)보다 조금 늘어나 국민들의 예술행사 관람이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계층 간 격차는 물질의 많고 적음이 아닌 정신적 향유 생활에서 두드러지는 시대가 됐다. 경제력이 없어 문화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와 문화생활에 관심이 없을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도 풍족해지기 힘들다는 논리는 둘 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보인다. 정서적 감성이 풍부하고 마음에 여유와 즐거움을 누리는 빈도가 많기 때문에 그것이 결국 실질적 부와 윤택한 생활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화 향유의 격차는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킬 수 있는 우리가 양지해야 할 현상인 것이다. 이처럼 문화생활은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계층이 이를 자유롭게 누리고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며칠 전 미국 플로리다주의 흥미로운 사건에 대한 기사가 보도됐다. 우범지대인 로즈메리 빌리지의 한 빌딩 옥상에 스피커를 설치해 5개월 동안 휴일도 없이 모차르트 등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았더니 범죄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15년 전부터 살인사건은 물론 강도, 마약 매매가 끊이지 않는 등 범죄의 온상이었던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 경찰서는 의외의 효과를 봤고 대다수 주민들도 음악을 틀어놓은 후에 거리가 깨끗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무심코 들리는 소리, 무심코 보이는 이미지에 우리의 심리와 정서적 안정은 영향을 받고 그것이 큰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물질이 풍족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풍요와 평화가 먼저 이뤄지면 외부적 풍요도 따라오는 것이라는 진리가 적용되는 사례인 것이다. 설문에서 문화생활을 많이 하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예술행사 관람의 걸림돌로 ‘비용과다(35.1%)’와 ‘시간부족(29%)’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물론 소득ㆍ지역ㆍ학력 등 계층 간 예술향유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이를 누리려는 의지도 필요하지 않을까. 기업 마케팅의 일환으로 무료전시와 문화행사, 1000원짜리 공연 등 찾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작은 사치를 고집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것은 진한 커피 한 잔일 수도 있고 저녁식사 후 보는 영화 한 편,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 혹은 그림 한 점일 수도 있다. 소비자심리학자로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대학 비즈니스심리학 교수인 키트 얘로도 “특히 요즘처럼 급락하는 주가에 속이 쓰린 시기에는 자신만의 작은 사치를 누리는 것은 건강한 습관”이라고 지적했다. 경기가 저조할 때도 사람들은 심리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작은 사치품을 사며 이런 행동이 기운을 북돋고 기쁨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립스틱 요인’으로 불리는데 대공황 당시 비싼 물건을 살 수 없었던 여성들이 립스틱을 구입하면서 비롯된 표현이다.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때라고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어려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가 아니라 마음부터 풍족해지려고 하기만 한다면 주위 많은 곳에서 작은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다. 모든 것의 열쇠는 각자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자신의 정서적ㆍ감정적 통장에 풍족한 만큼 입금을 해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최초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계층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통합의 시대로 세계의 기대어린 시선이 크다. 여러 문화가 섞여 있는 미국에서 진정한 ‘다문화주의’가 빠른 속도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통합의 변화로 나아가는 길에 한국이 선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계층ㆍ소득ㆍ학력을 뛰어넘어 전국민 모두가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때에 그 길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에서 소외되는 무리들이 사라지는 진정한 통합의 길은 각자가 할 수 있는 몫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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