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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가 국내 게임업체들의 저조한 참여율로 자칫 '외산 게임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옛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다음달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2013 지스타' 전시회를 개최한다. 지난 2005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지스타는 누적 관람객만 2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다. 하지만 올해 지스타 참가 기업을 1차 마감한 결과 블리자드, 워게이밍넷,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게임사들이 대형 부스를 신청한 반면 국내 게임업체는 대다수가 사실상 불참을 선언했다.
지스타 전시회는 일반 관람관(B2C)과 기업 전용관(B2B)로 나뉜다. 현재 게임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 B2C 부스를 확정한 국내 대형 게임업체는 현재 넥슨과 다음 두 곳에 불과하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B2C 전시장에 참가하는 업체가 줄긴 했으나 계속해서 국내 게임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에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주관사를 맡고 넥슨, 위메이드, 네오위즈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 네오플 등 국내 주요 게임사 대다수가 각자 대형 부스를 마련해 성황을 이뤘다. 관람객은 물론 게임 관련 비즈니스 계약도 역대 최대를 기록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업체들이 잇따라 전시회 참여에 난색을 표하면서 아직까지 주관사도 선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새로 마련된 B2B 전시장에 전시 업체가 다소 늘어난 게 그나마 위안이다. 그러나 이 전시장은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는 있지만 주로 게임 수출과 마케팅 등을 상담하는 업무공간으로 운영되는 만큼 참가업체 수 증가에 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는 해석이다.
지스타 불참을 선언한 게임 업체들은 신작 게임이 없다는 점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운다. 이미 신작 게임을 공개했거나 새롭게 선보일 만한 작품이 없어 관람객들의 흥미를 불러올 만한 색다른 요소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체 대다수가 신작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실제로는 지스타 참여에 따른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 업계의 외면에는 정부의 잇따른 게임산업 규제에 대한 항의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업계는 이미 올해 초 정부와 한 차례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1월 손인춘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17명이 셧다운제 확대와 게임부담금 강제징수를 담은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자, 당시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가 지스타 불참을 선언했고 뒤이어 선데이토즈, 와이디온라인, 넵튠 등이 지지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 업계가 지스타 전시회 불참을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와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외 게임 업계가 한자리에 모이는 사실상 유일한 행사인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해 게임팬들과 소통하는 등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스타 개막일을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로 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게임스컴(독일), E3(미국), 도쿄게임쇼(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도 국내 업체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스타는 그동안 국내 게임업체가 게임팬과 한자리에서 만나는 유일한 행사이자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며 "국내 게임팬의 사랑으로 성장한 게임 업계가 국내 전시회를 외면해서는 해외 무대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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