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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물어보아라

일본 시장에 진입해 보려고 애쓰던 미국의 가전업체들이 겪었던 일화다. 식기세척기의 틈새시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일본시장에 식기세척기를 소개했다. 예상이 적중했음인지 처음 한달 동안은 날개 돋힌듯이 팔려 나갔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그후로는 매출이 뚝 떨어졌다. 광고를 열심히 했지만 매출이 되살아 날 기미가 없었다. 고심 끝에 도쿄대학의 저명한 마케팅 전공 교수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거액의 컨설팅 비용을 요구한 그 교수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 터이니 한달 후에 오라고 말했다. 조바심 속에 한달을 기다린 후 찾아간 미국 가전업체의 일본 지사장에게 이 교수의 대답은 딱 한마디였다. 『고객에게 물어 보아라』라는 것. 지사장은 속은 기분이 들고 황당하기도 했으나 지불한 돈이 아까와서 내키지도 않는 고객대상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전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설겆이를 안해도 된다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구입한 식기세척기에 두가지 중요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었다. 첫째로, 세척기 속에 식기정렬을 위해 들어 있는 받침대의 설계가 미국 사람들이 주로 쓰는 접시들에 맞게 되어 있어 일본인들이 주로 쓰는 공기들을 엎어 놓기에는 적당치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둘째로, 식기 세척을 다 한 후 꺼내 보면 말라 붙었던 밥풀이 다 안떨어진 채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결국 또다시 손으로 설겆이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세척기의 구입을 후회하게 된다는 불만이었다.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세척기 내부의 받침대를 새로 디자인하고, 아무리 오래된 밥풀이라도 잘 떨어질 수 있도록 물의 회전 방향과 시간이 충분한 세척기를 새로 제작해 시장에 선보인 결과 일본시장 개척에 성공했다고 한다. 여기에 힘을 얻어 대형 냉장고를 일본시장에 소개했다. 『고객에게 물어보라』는 교수의 충고를 따랐음은 물론이다. 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보니 이번에는 냉장고의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문제임을 깨닫게 됐다. 냉장고의 모터 소리가 거의 나지않게 한 결과 시장진입이 순조로왔다고 한다. 식기세척기와 냉장고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해답은 많은 경우 고객들에게서 나온다. 국내에서 가스오븐렌지를 가장 많이 파는 기업의 비결도 고객 의견을 제품설계에 반영하는데 있었다. 고객들의 취향과 선호를 현장에서 수렴하는 우리 기업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영인들이 너무 많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는 고객들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니 장사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 장차관등 고위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경제대책들이 발표됐지만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책따로 현장따로인 셈이다. 정말 답답한 일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이제부터는 현장을 꼼꼼히 챙기라고 질책했겠는가. 일선에서 일하는 책임자나 중간관리자들은 현장의 문제점을 상부에 보고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어느 누가 자기 책임하의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나 고객의 불만사항을 위에 보고하기를 달가워하겠는가. 감추지 않으면 조용히 덮으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자가 현장이나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지않을 경우의 폐해는 심각하다. 조직자체가 죽은 조직이나 다름없을 수 있는 것이다. 미 제너널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은 『우리보다 훨씬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있고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고객들)을 지난 80∼90년 동안 무시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업이나 정부조직을 개혁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보고(寶庫)는 고객과 국민들에게 있다. 보다 철저한 현장중심의 경영과 행정을 기업과 정부가 펴 나간다면 훨씬 높은 정책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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