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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소나무 재선충병, 박멸보다 관리를

차병진 충북대 수목진단센터장


충북대_차병진_교수_사진


감염된 소나무는 100% 고사할 정도로 치명적인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소나무의 가장 심각한 병으로 떠오르며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피해방지를 위해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까지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온 국민의 관심과 산림청의 적극적인 방제정책으로 재선충병은 2006년을 기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규모와 지자체의 관심 부족, 그리고 발병에 적합한 환경조건 등으로 인해 2013년에는 피해고사목이 무려 218만그루에 이르게 됐다.

자연법칙 작용이 크면 반작용도 커

정부는 민관군 등 연인원 73만명을 동원해 긴급방제를 실시한 데 이어 2017년까지 '소나무재선충병을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완전방제'하는 것을 목표로 예방적 관리체계 구축, 방제기술 혁신, 방제품질 향상 등을 포함한 추진전략을 세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수목병리학계에서는 '완전방제', 즉 박멸이라는 전략을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다. 수목병 방제에서 박멸이 사라진 것은 작용이 크면 반작용은 더 커진다는 자연계의 법칙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흔히들 병균은 나쁜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좀 더 큰 눈으로 바라보면 병균은 약한 개체들을 제거해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세력이 왕성하고 밀도가 높아 다른 생물들이 살기 어렵게 만드는 우점종들을 솎아내 생태계를 더 다양하게 만드는 것으로써 소나무재선충도 마찬가지다.



임업인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타도의 대상인 소나무재선충도 한편으로는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박멸의 대상은 아니다. 실제로 인간에게 그것을 박멸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가.

물론 우리가 하는 일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잘 자라며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고 우리 민족의 기상을 보여주는 소나무를 지키는 일이다. 특히 천연기념물과 같은 명품 소나무들, 그리고 우량 소나무림 등은 지금과 같이 집중 방제를 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을 모두 제거하면 완전방제가 성공한 듯 보여도 그것은 순간일 뿐, 장기적으로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현대 식물병리학의 기본 개념인 '식물병 관리'에 따라 우리에게 경제적 피해가 없는 수준까지만 방제하는 것이다.

완전방제, 장기적으론 되레 화 초래

즉 그들에게도 생태계에서의 몫이 있으니 어느 정도 떼어주며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고 또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이다. 이제는 국민들도 재선충 없는 세상이 아니라 재선충을 관리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야 할 것이다.

산림병해충의 관리는 일반적인 정책 집행과는 달리 자연의 생리와 함께하는 부분이기에 1·2년에 끝나는 단기적 대책이 아닌 중장기적 대책이 있어야 하며 또 관심과 함께 이를 믿고 기다리는 국민들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그러한 기다림 속에 2017년 이후부터는 전 국토의 모든 소나무에서 재선충병이 완전박멸된 상태가 아닌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된다면 재선충병 방제는 일단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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