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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추이 보고 방향 정한다는데… 한은도 헷갈리는 지표

9일 금통위… 금리 또 내리나

화물차 고속道 통행량 늘었지만 자본·수입재 수입 기대 못미쳐<br>카드 승인액↑· 유통업체 매출↓ 소비자 씀씀이 지표도 엇갈려<br>물가상승률은 4개월째 0%대

오는 9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기지표들이 엇갈려 한국은행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12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앞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서울경제DB




시장의 이목이 다시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으로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춘 한은은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통해 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방향은 경기지표에 달려 있다"는 뜻을 시사한 가운데 지금까지 나온 지표들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춤을 추고 있어 한은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극히 이례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한은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조정한 적이 없다.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가 1.50%까지 인하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관건은 타이밍. 이 총재는 앞서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하할 때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와 관련, "1개월이라도 빨리 내리는 것이 낫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만약 추가 인하한다면 '1개월이라도 더 빨리'라는 똑같은 잣대가 이번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춤추는 3월 경기 모니터링 지표=한은은 3월 경기 모니터링 지표를 금리 결정의 판단 근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2월 산업활동동향은 부진했던 1월에서 회복됐으나 아직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이라며 "3월 동향을 봐야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월 산업활동동향은 이달 말에나 나온다. 결국 모니터링 지표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이 주로 보는 것은 화물차 고속도로 통행량, 자본·소비재 수입 증감률, 유통업체 매출, 신용카드 승인액 등이다.

일단 산업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화물차 고속도로 통행량은 늘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3월 5.5톤 이상 화물차의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1,200만대로 전년에 비해 6% 늘어났다. 1·2월을 제외(설 연휴 여파)하면 지난해 9월(8%)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다. 하지만 산업동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자본재·소비재 수입은 기대에 못 미쳤다. 자본재(3월1~20일 기준)는 전년 대비 3.2% 늘어 1·2월 평균(9%)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소비재 수입은 9.4% 늘어 1·2월 평균(9.3%)과 비슷했다.

소비자들의 씀씀이 지표도 헷갈린다. 우선 신용카드 승인액은 소폭 늘었다. A카드사 3월 승인액은 전년 대비 2%, B카드사는 5%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유통업체 매출은 뒷걸음질쳤다.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 0.8%, 0.3% 줄었다. 이마트는 4.8%, 롯데마트는 7.3% 급락했다.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미 금리 인상도 예상되니 서둘러 금리를 내리자'는 판단과 '그래도 최악은 벗어났으니 동결하자'는 결단이 모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은 최대 정책목표, 물가는 또 하락=그런가 하면 금리 결정의 최대 변수인 물가동향은 '추가 인하'를 가리키고 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3월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금리 인하, 동결 근거가 팽팽했지만 그래도 한은법 1조1항은 '물가안정'이므로 이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은 3월에 또 둔화됐다. 0.4%(전년 대비)로 4개월 연속 0%대이며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2개월째 마이너스다. 최근 이란 핵협상 타결로 국제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우리나라 저물가도 오랜 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 주말 사이 나온 미국의 3월 고용동향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해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9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점과 폭증하는 가계부채도 한은 고민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1·4분기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23조4,876억원으로 3개월 새 7조745억원 불었다. 1·4분기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경제성장세, 4년 만에 꺾인다=한은이 금리 결정 후 밝힐 올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 수정치에도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이 1월 내다본 수치는 경제성장률 3.4%, 물가상승률 1.9%다. 시장은 경제성장률 3.0~3.2%, 물가는 1%대 초중반으로 대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연간 기준 높아지던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뒷걸음질치게 되는 것이다.

한은이 통상 성장률 전망치를 낙관적으로 보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실제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현재까지 지표를 보면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은 0.6~0.7%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2·4분기부터 분기 성장률이 1%를 달성해야 연간 성장률 3%를 간신히 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노무라는 올 전망치를 2.5%로 낮췄고 BNP파리바도 최근 2.7%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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