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의 결정은 KB금융 집안싸움과 이에 따른 경영마비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보고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일차적으로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경영진의 책임이 무겁다. 조직안정과 고객 서비스 향상보다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파워게임에만 몰두했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두 사람이 누가 더 뒷배경이 센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사이에 KB금융그룹 조직은 만신창이가 되고 리딩뱅크로 꼽히던 경쟁력은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5,462억원에 불과해 총자산 규모가 훨씬 작은 기업은행(5,778억원)에도 뒤졌다.
애초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했음에도 주의적 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후퇴한 금감원 제재심의위도 사태악화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국민은행 노조가 제제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로비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며 반발했겠는가. 제재심의위가 사건·사고와 관련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책임에 대해 정확히 시시비비를 가려 엄정하게 처리했더라면 KB금융 내분은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 무엇보다 KB금융 소동의 뿌리는 지배구조에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해법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KB는 물론 이번 사태로 땅에 떨어진 금융당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