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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이지성 작가

"쪽방촌서 해외 빈민촌까지… '인문학 봉사' 평생 실천해야죠"



교사시절 아이들 상담하며 인문학 교육 필요성 절감
전업작가로 전환·강의 나서
소외계층 봉사활동 계기로 말이 아닌 '실천 인문학' 결심
'차이에듀케이션' 설립하고 체계적인 강사 시스템 마련
'생각하는 사람' 만들기 앞장


인문학은 교육이자, 실천이자 사랑이다. 인문학을 의미하는 라틴어 '휴머니타스'는 그리스어 '파이데이아'에서 유래된 말이다. 파이데이아는 교육이란 뜻이다. 교육은 이론에서 그치기 위한 학문이 아니다. 교육은 실천을 전제로 한다. 실천을 통해 누군가를 올바르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인문학을 접한 이가 이기적으로 변화한다면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 열풍이 거세지만 인문학을 올바르게 알고 실천하는 것은 이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인문학을 해보겠다고 인생을 거는 이들도 있다.

쪽방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전 세계 빈민촌에 학교와 병원을 짓고 있는 인문학 전도사 이지성 작가가 그 중 하나다. 그를 '차이에듀케이션'에서 최근 만났다.

50만부 이상 팔린 '리딩으로 리드하라', 최근 펴낸 '생각하는 인문학' 등으로 잘 알려진 이 작가는 인문학자가 아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했다.

이 작가는 작가로 전업하기 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교사였다.

그는 "초등교사 시절 우리나라 10대들이 공부 스트레스로 매일 하루에 한 명 이상씩 자살한다는 통계를 접하고 분노했었다"며 "교사 시절 교실을 상담실로 운영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 됐고 언젠가 내가 힘을 얻게 되면 잘못된 교육을 바꾸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교육이란 인문학을 말한다. 인문학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은 교사 시절부터 시작됐다.

이 작가는 교사 시절 아이들에게 플라톤과 논어를 읽히는 등 다른 선생들과는 다른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업에 불만을 가진 학부모들이 찾아왔다. 학부모들은 다른 반 아이들처럼 그냥 문제집을 푸는 수업을 원했다.

이 작가는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있으니 두 달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학부모들의 우려와는 달리 1학기 시험 때 이 작가의 반이 전 학급에서 1등을 했다. 그 후로 학부모들의 불만은 줄어들었다.

주입식 위주의 교육을 하는 시스템의 변화를 주장하는 그는 우리 고유의 서당 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반을 만들고 대화 위주의 수업을 진행한다. 인원은 10~15명 정도가 적당하다. 학업 성취도 50%, 인간관계 50%로 아이들을 평가한다. 그가 꿈꾸는 우리 교육의 모습이다.

그는 "교육의 변화는 간단하다. 평가 기준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고 강조한다.

국내 교육시스템에서 인문학을 전파했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인문학은 잠시 그의 마음속에서 떠나 있었다.

이후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펴내며 작가로서 기반을 잡은 그는 우연히 그의 팬이 팬카페인 '폴레폴레'를 만들면서 '제2의 인문학 인생'을 맞는다.

이 작가는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의를 진행하며 인문학을 알리기 시작했다. 팬들과 함께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서울·경기 지역 저소득층 공부방 아이들과 영등포 노숙인들을 위한 기부 및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문학을 가르치지는 않았다.

이렇게 2년간 활동하다 지난 2010년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출간하면서 국내 저소득층 인문학 교육 봉사, 북한 어린이 돕기 프로젝트, 해외 빈민촌 학교 짓기 프로젝트를 동시에 시작하게 됐다.

이 작가는 "어느 날 쪽방촌을 갔는데 말로만 하는 인문학이 아닌 실천하는 인문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인문학 실천은 사랑이 없이는 안 된다고 판단, 봉사 활동을 강조했다. 그 이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서울·대전·대구·전주 등 각 지역의 저소득층 공부방에서 자원봉사로 인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봉사 활동을 하며 아이들은 변해갔고 뜻을 함께하는 이들은 늘어 한때 자원 봉사자 수는 200명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해외 빈민촌에 학교와 병원 등을 짓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필리핀·캄보디아 등에서 지은 학교 수만 13곳에 이른다. 이 작가는 전 세계 빈민촌에 학교와 병원을 각각 1,000개 이상 건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는 큰 문제 없이 추진됐지만 국내에서 이뤄지는 인문학 자원 봉사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어 어려움에 봉착했다.

지난해 초 '생각하는 인문학' 집필을 위해 세상과의 인연을 끊다시피 한 이 작가는 자원봉사를 하는 동료로부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전국에 있는 자원봉사 조직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자원봉사자 수도 크게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전국에 15~16개 지부가 있었는데 경제적 이득을 노린 독서단체에 흡수되고 봉사자들은 생계가 힘들다며 활동을 접은 것이다.

"사실상 붕괴 수준이었다"고 이 작가는 당시를 회상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문학 봉사가 힘들어질 것이라 판단한 그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을 빌려 신림동에 차이에듀케이션을 세웠다.

200명이었던 자원봉사자 수는 2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지만 인문학 교육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저소득층 공부방 아이들의 상처가 너무 컸다. 차이에듀케이션을 설립한 후 강사 교육 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 이 작가는 교사 지원자들 중 생계 문제가 걸려 있는 사람들이 인문학 교육과 독서지도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독서 지도사 자격증 등 자격증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인문 교사들이 교사 활동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생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받으려면 봉사활동을 1년 이상 해야 하며 논어 교육을 1년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는 "폴레폴레 지역 리더들이 지역 모임을 가지고 이상한 곳으로 가는 이유도 생계 문제 때문이었다"며 "지역 모임이 변질되면 인문교사 봉사활동 자체가 붕괴된다"고 말했다.

적자라 아직 엄두를 내고 있지는 못 하지만 대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봉사 점수를 줄 수 있는 비영리 법인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작가 스스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단기간에 이 모든 것을 이루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는 사람들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인문학을 접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싶어 한다. 그는 "쉽지는 않지만 인문학 봉사를 평생에 걸쳐 할 예정"이라며 "인문학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고 실천하고 사회를 바꿔나간다"고 밝혔다.

He is…

△1974년 서울△1996년 전주교대 △1998년 전북대 법대 △2000~2004년 서현초등학교 교사 △2005~2008년 상원초등학교 교사 △2007년 꿈꾸는 다락방 출간 △2010년 리딩으로 리드하라 출간 △2011년 기아대책 어린이 개발 사업 홍보대사 △2012년 전북대 초빙교수 △2014년 차이에듀케이션 설립 △2014년 한양사이버 대학교 객원교수 △2015년 생각하는 인문학 출간



"게임·토론하며 가르치니 논어도 술술 읽어요"



팬카페 '폴레폴레'도 인문학 교육봉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주공처럼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그 나머지는 볼 것이 없다."

늦은 저녁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동명아동복지센터(사진). 아이들 일곱 명이 자리에 앉아 논어 태백 11편에 나오는 구절을 소리 내 읽고 있었다. '폴레폴레'를 통해 인문학 자원 봉사를 하게 된 다섯 명의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논어에 나오게 구절을 읽게 한 뒤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게임을 제안했다. 발에 끈을 묶은 채 배려와 관련된 단어가 적힌 카드를 정해진 시간에 누가 많이 가져오는지를 겨루는 게임이었다.

2명씩 총 4팀이 게임에 참여했다. 아이들 수가 홀수여서 선생님이 게임에 함께 참여했다. 5m 정도 떨어져 있는 책상 위에는 '조화' '사랑' '양보' '거짓말'이라고 적혀 있는 수십장의 카드들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쉽게 집중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발을 맞춰보기도 하는 등 조금씩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서두르다 넘어지기도 하고 넘어진 친구를 걱정하기도 했다. 한 번에 여러 장씩 가져오는 것은 반칙이었지만 승부에 몰두하다 보니 여러 장의 카드를 가지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 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한 번 더 해요."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심판의 역할을 맡겼다. 심판이 된 아이는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규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며 한 번에 두 장 이상을 가져온 팀의 카드를 다시 책상에 되돌려놓기도 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 스스로 게임을 진행하고 즐기고 있었다. 수업은 40여분 진행된 후 마무리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업은 일반적인 수업과는 달랐다. 논어 구절을 함께 읽는 인문학 수업이 포함돼 있지만 단순히 텍스트에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임을 진행한다.

아이들도 조금씩 수업을 통해 변해갔다. 처음에는 논어를 읽기조차 싫어하는 아이들이 이제는 한 명이 소리 내어 읽으면 다 함께 따라 읽는다. 집중력도 이전에 비해 좋아졌다.

수업의 리더를 맡고 있는 장세걸씨는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현재 모두 센터에서 생활을 하고 있어 고등학생이 되면 나가야 한다"며 "아이들이 커서 저희와 함께 재미있게 논어를 공부했던 기억들을 간직한 채 논어를 다시 한 번 읽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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