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무고용제도 시행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지난해 법 기준(2%)을 준수했다며 최근 대규모 행사까지 열어 자축했지만 관련 법 개정으로 다시 장애인 고용을 대폭 늘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정부 부문의 장애인 고용을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장애인고용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고용이 면제되는 직종이 줄면서 면제받는 공무원이 현행 60만명(전체 공무원의 68%)에서 내년부터 15만명(15.5%)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장애인 고용의무가 부과되는 공무원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정부 부문의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은 현재 6,000명에서 내년에는 1만5,200명으로 2.5배나 늘어나게 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말 현재 전체 공무원 가운데 장애인은 9,458명으로 올해와 내년에 정부 부문에서 최소 6,000명 이상 장애인을 새로 고용해야만 강화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난 한해 공무원에 임용된 장애인은 585명으로 전체 공무원 채용인원 1만2,990명의 4.5%에 불과했다. 정부가 개정법을 따르려면 2년 안에 전체 신규채용 공무원의 4명 가운데 1명꼴로 장애인을 선발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 내년부터 정부의 장애인 고용률이 법적 기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동부는 2월 정부 부문의 장애인 고용기준 준수를 계기로 아직까지 2% 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33개 기관을 독려, 오는 2007년에는 87개 정부기관이 모두 장애인 고용기준을 충족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정부의 장애인 고용은 고작 2년 만에 기준미달이라는 원위치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당초 정부가 마련했던 장애인 고용확대 방안이 국회에서 거부되고 더욱 강화된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행 68%인 장애인 고용면제 대상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 33%까지 낮추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안심사 과정에서 정부안이 폐기되고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2006년부터 면제대상을 15.5%로 축소하는 법안이 최종 확정됐다. 우 의원은 정부가 2010년에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려 했던 유치원, 초등학교 교육공무원, 정무직 공무원 등을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 이를 관철시켰다. 결국 정부보다 국회가 앞장서 장애인 고용확대를 적극 추진하면서 정부가 부메랑을 맞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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