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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제2의 마셜플랜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국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황폐화된 유럽을 재건하기 위해 130억달러를 지원했다. 유럽이 침체된 상태에서 미국 홀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을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일어서야만 미국은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었고 장기적으로 미국 상품을 판매할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초 마셜플랜(Marshall Plan)은 유럽에 한정된 것이었지만 후에 일본에도 적용됐다.

세계경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차 대전 후 최대의 충격을 받았다. 금융위기는 주로 신흥국가의 전유물이었는데 이번에는 진원지도 선진국이고 피해도 선진국에서 입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늪에 빠져 버린 선진국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지금의 노력은 마셜플랜의 부활을 연상시킨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천명하면서 불과 3년 만에 환율이 50% 절하됐지만 미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치·경제 면에서 일본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유럽도 환율이 1년 만에 25%나 절하되고(1달러당 유로로 계산하면 약 30% 절하)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5%에 달해도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에 힘입어 일본은 8개월 만에 주가가 30%가량 올랐고 무역수지도 33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독일 역시 연초 이후 주가가 거의 30%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과 유럽이 장기 침체나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팽배했지만 이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유럽도 그리스 문제가 남아 있지만 환율 약세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미국은 2차 대전 후의 마셜플랜처럼 이번에도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듯하다. 첫째, 일본과 유럽을 어느 정도 수렁에서 건져내고 있다. 둘째, 이들의 회복을 통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중국과 소련을 견제할 기반을 마련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도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또 다른 마셜플랜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권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국과의 상생의 게임이므로 마셜플랜이 아니라고 중국은 주장하고 있지만 주변국과의 정치·경제적 결속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은 틀림없다.

전후의 마셜플랜이 성공하면서 미국은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고 공산주의의 확산도 막을 수 있었다. 큰 틀에서 보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관여하는 제2의 마셜플랜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재정지원보다는 주로 통화팽창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차이는 있다. 향후 세계경제의 흐름을 이러한 시각에서 전망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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