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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m 가마… 산고 겪는 명품도자기 즐비

■ 젠한국 인도네시아 공장 가보니<br>첨단 시설 세계 최대 규모 자랑… 주문후 한달이면 완제품 출시<br>연구개발 인력도 150명달해 레녹스·노리다케 등에 제품 납품

김성수(오른쪽) 젠한국 회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탕에랑 공장에서 도자기 완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젠한국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80㎞쯤 달려가 도착한 탕에랑의 젠한국 인도네시아 현지공장.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와 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이 곳에 들어서자 도자기가 전통 산업이라는 편견이 한순간에 깨져 버렸다.

소성로(가마)의 길이만 80m를 넘는 공정 곳곳에는 완제품으로 탄생 중인 도자기들이 즐비했다. 자체 개발한 기계들로 기본 바탕을 완성하면 세심하게 작업을 마무리하는 건 10년 이상된 숙련공들의 몫이다.

김성수(63ㆍ사진) 젠한국 회장은 "다른 공장과 달리 (내화 부자재 생산, 기계 제작, 패턴 프린팅 등) 전 과정을 아웃소싱없이 일괄 처리할 수 있다"며 "다른 회사에서 개발과 제조에 3~4개월이 걸리는 제품도 주문과 동시에 한 달이면 만들 수 있는 (젠한국의) 역량은 여기서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1,800여명 중 연구개발(R&D)인력은 150명으로 세계서 제일 많은 수준이다. 생산동 한 켠에 자리한 R&D센터에 들어서자 연구원들이 일일이 도자기를 단면으로 잘라가며 새로운 형태를 개발하고 있었다. 도자기의 빛깔, 강도, 용도에 맞게 천연물질을 배합하는 원료 상용화도 한창이다.

칸막이가 있는 도자기 밀폐용기, 대형 김치통, 전자레인지용 라면기 등 기능성 히트상품들을 계속 내놓을 수 있는 원동력은 R&D센터에서 나온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ㆍ가격경쟁력으로 이 회사는 미국 레녹스, 독일 빌레로이&보흐, 일본 노리다케 등 도자기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재 젠한국은 인도네시아 제3공장과 R&D센터를 확장 중이다. 세계적 브랜드조차 자체 공장을 축소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 젠한국에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 김 회장은 "이미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됐으므로 이제 제품을 제값 받고 팔겠다"며 "레이첼바커, 디자이너스 길드, 세인트제임스 등 자체 브랜드를 키워 3년 내 주문자상표부착(OEM) 제품 생산비중을 80%에서 50%로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세인트제임스(St. James)는 현지에서 명품도자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자카르타 시내의 대형쇼핑몰 그랜드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로니(40) 씨는 "현재 쿠키, 빵을 파는 매장을 운영 중인데 1주일에도 몇 번씩 세인트제임스 매장에 들린다"며 "가격은 좀 비싸지만 품질과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유명 셰프들과 손잡고 호텔ㆍ레스토랑 운영에 필요한 조리도구와 식기를 판매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전세계 누구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세계적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제품을 살펴보고 해당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패키지를 직접 주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시장이 개방되는 추세 속에서 수출ㆍ내수에 대한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며 "그동안 대량 해외 주문은 세관통과 등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이제 하나의 시장에서 내부거래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직접 주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향후 전략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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