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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여야 합의안 만들어 놓고도 선거구 밥그릇 싸움에 뒷전으로

中企 위한다면서 정작 지원법 통과는 외면<br>본회의 내달 16일로 연기… 회기 한달 남겨 처리 장담못해<br>판로지원법 등 자동폐기 위기 위장中企 조달시장 진출 못막아<br>"통과 불발땐 단체 행동 불사" 영세가구업체 불만 등 고조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지난 16일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다음달 16일로 연기되면서 국회 통과가 시급한 중소기업 관련 법안들이 사장될 위기에 빠졌다. 서울경제DB


중소기업을 위한다며 연일 대기업 때리기를 일삼던 정치권이 자신들의 밥그릇인 선거구를 놓고 싸우느라 정작 여야 합의로 마련한 중소기업 지원법들을 외면해 이들 법안이 그대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주 본회의를 열어 중소기업 민생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조정에만 혈안이 돼 있다 보니 본회의가 무산돼 이들 법안이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이를 지켜보는 중소업계는 위장 대기업 계열사의 공공조달시장 진입 금지 등 한시가 급한 법안들이 석달밖에 남지 않은 18대 국회에서 결국 사장될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 중소업계 및 중소기업중앙회ㆍ국회에 따르면 16일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결국 다음달 16일까지 연기되면서 국회 통과가 시급한 중소기업 관련 법안들이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 법안은 이번 국회가 막바지라는 점에서는 사실상 통과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게 국회 안팎의 분석이다.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대기업이 분사 등을 통해 중소기업 위주의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대기업 계열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정부ㆍ공공기관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 ▦영세상인 카드수수료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등이 있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위기를 맞은 경우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은 "정치권이 말로는 중소기업을 대변하겠다고 해놓고 결국 자기 밥그릇 싸움 앞에서 우리를 찬밥 취급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상당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다음달 중순으로 본회의가 미뤄질 경우 차기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기 때문에 현 의원들이 과연 법안 통과에 대한 의지를 보일 수 있을지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A기업의 한 관계자는 "본회의가 다음달로 넘어가면 곧바로 총선 기간에 돌입하는데 민생법안이 의원들 눈에 들어오겠느냐"며 "이번 국회에서 중소기업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B기업의 한 관계자는 "법률안에 대해 의원들 간 의견이 달라 계류하고 있다면 몰라도 이미 여야 합의까지 된 내용인데 선거 이해관계 때문에 덮어두고 처리를 미루는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각 법률이 상임위를 통과하는 데까지도 중소기업인들이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발로 뛰며 애를 썼는데 이렇게 무산된다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다"고 호소했다. C기업 대표이사는 "해당 법률안들이 자동폐기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 간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국회의 모습에 중소기업계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법률안 통과만 애타게 기다리는 대다수 영세 중소기업을 정치권에서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판로지원법 개정안의 경우 이미 중견 가구업체인 퍼시스가 지난해 2010년 팀스라는 위장 중소기업을 분사해 조달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어 중소 가구업계에서는 실망을 넘어 정치권에 대한 적개심마저 생기는 분위기다. 팀스의 조달시장 진출로 타격을 받고 있는 영세 가구업체들은 누구보다 다급할 수밖에 없다. 팀스의 등장으로 1,000여개 영세 가구업자들로 구성된 가구비상대책위원회는 법안 통과 불발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집회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 가구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퍼시스가 전체 가구 조달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했는데 팀스가 그걸 고스란히 물려받게 돼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계속 힘들게 됐다"며 "법안 통과가 안 되면 가구업계가 가장 아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구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의 마음이 현재 콩밭에 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선거구 획정과 함께 판로지원법 개정도 통과시켜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민생법안이 결국 처리되지 못하면 담당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집회까지 열 각오를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중소기업들이 관련 법안의 통과 무산 걱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자 중소기업중앙회도 20일 현안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판로지원법과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이달 초 잇달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하면서 2월 내 본회의 통과까지 예상했는데 선거구 획정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로 법사위와 본회의가 모두 무산됨에 따라 현재 18대 국회 회기 내 통과가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18대 국회의 조속한 정상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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