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교포 리이다 고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GC(파72·6,507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4위 리디아는 이날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전날 선두였던 세계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한 리디아 고의 미국 LPGA 투어 첫 우승. 아마추어 시절인 2012년과 지난해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을 연속으로 제패한 적이 있어 벌써 통산 3승째지만 의미는 이전 우승과 달랐다. 잃을 것이 없었던 아마추어 신분 때와는 달리 오직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프로 무대에서 아홉 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것. 27만달러(약 2억8,000만원)의 우승상금은 '블루칩'의 무한한 가능성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해 보인다.
이날 경기는 리디아 고의 기량과 정신력을 동시에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1타 차 2위로 출발한 그는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낸 루이스를 제치고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루이스도 16번홀(파4)에서 1타 차로 좁히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승부처는 17번홀(파4)이었다. 리디아 고는 드라이버 샷을 오른쪽 러프로 보냈고 세컨드 샷은 그린을 넘겼다. 반면 루이스는 5m 버디 기회를 만들어 자칫 역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리디아는 침착했다. 15m가량의 어프로치 샷은 그린에 떨어진 뒤 왼쪽으로 휘어져 홀 60㎝ 옆에 절묘하게 붙었다. 기대에 부풀었던 루이스는 맥이 풀린 듯 버디 퍼트를 홀에 미치지도 않을 만큼 약하게 쳐 파에 그쳤다.
마지막 홀(파5)에서도 강심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루이스가 1m 버디 기회를 만들어놓은 반면 리디아는 두 번째 샷을 오른쪽 러프로 보내 연장전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 리디아 고는 웨지 샷을 2m 남짓한 거리에 붙였고 주저 없이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루이스가 퍼트를 해보기도 전에 우승을 확정 지어 버렸다.
지난 24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스의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한국계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이유를 몸소 입증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17번째 생일(24일)이 있는 주말에 첫 승을 일궈내 극적인 요소까지 더해졌다.
리디아 고는 2012년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15세4개월로 LPGA 투어 최연소 우승기록을 갈아치운 것을 포함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 총 4승을 올렸다. 한국에서 태어난 리디아는 5세 때 골프를 위해 부모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고 11세 때부터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뛰었다.
리디아 고는 "두 차례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 때는 최종라운드에서 앞서 있었고 이번의 경우 뛰어난 경쟁자들과 경쟁했기 때문에 상황이 달랐다"면서 "대회 때 잘 나오지 않는 아버지가 오신 가운데 우승해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리디아 고의 우승으로 지난주 롯데 챔피언십의 재미교포 미셸 위(25)에 이어 2주 연속 교포 선수가 정상에 올랐다. 한국 국적 선수의 올 시즌 우승은 아직 없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공동 4위(6언더파)에 올랐고 김효주(19·롯데)는 공동 7위(4언더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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