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연말 연초 물티슈 업계가 유해성분 논란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지난 연말 한 의원실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30개 영유아용 물티슈에서 성인 화장품에도 사용할 수 없는 유해성분이 다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연초에는 또 다른 의원실에서 시판 제품 32개중 23개에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의 원인 물질로 지목됐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한 것. 대부분의 물티슈 업체들이 자사 제품에는 유해물질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알라딘', '메이딘' 등을 만드는 영유아용 물티슈 기업 뉴맨코포레이션의 황승구(55·사진) 사장 역시 타격이 컸다. 한때 매월 물티슈 매출만 6억~7억원을 기록하던 회사가 지난해에는 물티슈 매출이 약 5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황 사장은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똑똑한 엄마들이 물티슈 뒷면의 주요 성분을 꼼꼼히 살펴볼수록 뉴맨코포레이션에는 도움이 된다"고 믿은 것이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는 방부제 성분이 심각한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켜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황 사장은 2012년부터 대체물질 개발을 시작하고 1년만에 물티슈 부패를 막기 위해 주입했던 메칠이소치아졸린(MIT),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린(CMIT) 등 화학물질 대신 식용 방부제를 쓰기 시작했다. 부직포에 정제수 등을 첨가해 만드는 물티슈는 수분이 있는 제품의 특성상 미생물 번식이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방부제를 쓰는데 당시만 해도 상당수 업체들이 MIT·CMIT 등을 주로 쓰고 있었다.
황 사장은 "이전에도 파라벤이나 포름알데히드, 에탄올, 형광증백제 등 정부고시 13종의 유기 화합물을 쓰지 않고 영유아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원칙이었다"며 "식용 방부제를 쓰면 방부 비용이 10배 이상 올라가는데다 제품 관리나 운송이 까다로워지지만 소비자가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부자재에 아낌없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알라딘'은 소비자시민모임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7월 실시한 '물티슈 안전성 및 표시사항 평가'에서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 당시 조사에서 '알라딘'은 유기화합물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장당 가격도 14개 주요 제품 중 가장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맨은 전체 물티슈 시장에서 2%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소 업체지만 메이딘·알라딘 등 뉴맨의 물티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판매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황 사장은 "저렴한 가격에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 마진을 줄이는 대신 전량 온라인 판매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온라인에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진공의 지원을 받아 현재 글로벌 대형 유통사와 해외 수출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개정 화장품법 발효로 물티슈 역시 화장품과 동일하게 1,000여종의 위험 성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됐고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법이 강화됐다. 그러나 황 사장은 이같은 환경 규제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
황 사장은 "대기업에 속하는 물티슈 회사들마저 주요 성분 표시를 제대로 안 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데 법이 강화되면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들이 성분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안전한 제품을 고를 수 있어야 우리 같이 정직하게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클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