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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2월 25일] 순수한 의도야말로 사회의 빛
입력2009-02-24 17:23:57
수정
2009.02.24 17:23:57
최영은(서울화랑 큐레이터)
[발언대/2월 25일] 순수한 의도야말로 사회의 빛
최영은(서울화랑 큐레이터)
얼마 전까지 세계 최악의 경제침체와 살인마 강호순의 충격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를 암흑 속으로 밀어넣는 듯 보였다. 각종 뉴스에도 점점 늘어나는 실업자와 잔혹한 살인극, 그 안에서 허덕이는 우리의 모습이 항상 보도됐다. 하지만 며칠 전 김수환 추기경의 안타까운 선종과 그에 따른 추모행렬이 암흑기에서 한줄기 빛을 쏘아주고 있다.
어찌 보면 한 종교의 대표자일 수도 있는데 김 추기경님의 선종에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으며 공중파 3사의 방송에서 앞 다투어 방송을 하고 시청률마저 20%에 육박했던 것일까.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현실에서 사람들이 그만큼 한 가닥 빛을 찾고 싶어 했다는 반증인지 모른다. 장례미사 때 한 신부님께서는 "왜 병환에 걸리신 추기경님을 하느님께서 속히 데려가시지 않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어두운 시대에 빛과 희망을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추기경님의 삶이 이렇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그분의 능력이 아닌 선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추기경님이라고 시련과 고난이 일반인들보다 덜했을까. 평범한 사람만큼, 혹은 그보다 더 어렵고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그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사랑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힘이 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는 김 추기경이 4~5개 언어에 능통했던 것이나 모든 방면에 두루 지식을 갖추셨던 능력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여러 가지 능력과 권력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낮은 자를 위한, 어려운 자의 편에 서주신 삶, 그 거룩한 선택의 순간들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닐까.
미술사업을 오랫동안 해온 어른들은 그런 말씀을 하신다. 그림을 보면 작가의 개인적 욕심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만큼 순수한 생각으로 그렸는지 알 수 있다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작품에만 미치거나 이기적 욕심을 버렸을 때 훌륭한 작품이 탄생되고 그것이 타인에게도 감동을 주고 나아가 작가 자신에게도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우리 선택의 근원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작은 이기심인가 아니면 거룩한 사랑인가. 이제 더 많은 개인적 권력이나 능력을 갖기 위해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순수한 의도, 자신보다는 타인을 향한, 경쟁과 승리보다는 사랑과 나눔을 향해 산다면 우리는 지금의 힘든 상황, 혹은 그보다 더한 것이 오더라도 우리들의 순수한 선택의 힘을 모아 충분히 극복해낼 것이다. 추기경님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빛을 퍼뜨리고 그 빛을 모두가 나누어 가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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