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치권은 총리 후보자가 공식 검증 장치인 국회 청문회 절차도 거치지 못한 채 자진사퇴하도록 만든 배경으로 디지털 기록화 문제를 지적했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기록한 장치가 모두 디지털로 이뤄지면서 이를 추적하고 확인하는 방법이 수월해져 공식 검증 무대인 청문회 이전에 검증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후보자의 행적이 모두 디지털로 기록되면서 이를 검색한 뒤 문제점을 찾는 작업은 물론 이에 대한 찬반 양론으로 확산되기까지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면서 "특히 문 후보자의 경우 야당의 선제적인 자질론 공격보다 언론사의 교회 강연 내용 보도가 민심을 흔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 후보자는 과거 자신이 언론인 시절 작성한 칼럼으로 일단 국민의 절반에게 반감을 산 상황에서 청문회 준비를 시작했다"며 "반대하는 국민이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 후보자의 약점을 들춰내면서 여론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 개혁은 물론 검증 인력에 대한 대폭적인 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부를 보이게 하는 사람이 장관과 총리인 만큼 보다 많은 검증 인력이 매달려 가려냈어야 한다"며 "현재의 청와대 인사 검증 인력만으로는 국민의 엄격한 잣대를 통과하지 못해 또 다른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 정서를 감안한 새로운 인사 검증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의 청와대 검증 요건인 병역과 투기, 학력, 위장 전입보다는 세월호 사건에 성난 민심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인상 P&C 대표는 "청와대는 관피아 척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은 상황에서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안 총리 후보자를 내세웠고 문 후보자는 예상치 못한 식민사관 논란으로 낙마한 것"이라며 "지금 청와대는 국가 시스템을 개조한다고 외치면서 정작 청와대 내부의 인사 시스템도 못 바꿔 이 같은 국정 공백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안 후보자는 전관예우를 누린 타락한 퇴직 검사로 비쳐져 총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며 "문 후보자 역시 식민사관 논란이 결국 국민의 등을 돌리게 한 직접적인 배경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청와대가 국민의 엄격한 눈높이와는 다른 과거의 검증 요건만으로 후보자를 가려내면서 국민 감정과 괴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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