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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현철호 혜인식품 대표

사업 풀리지 않을 땐 택시기사로 편의점주로…

역경 때마다 도전 즐기며 '성공의 묘수' 찾았죠



샐러리맨으로 도전한 '인생 2막' 10개월 만에 회사 부도로 시련
결국 창업의 길로 뛰어들어

외항 선원을 꿈꾸던 소년서 '국민치킨' 네네치킨號 선장으로

스포츠 경기장 치맥존 마케팅에 유재석 모델로 기용… 인지도 올려
가맹점 행복해야 본사도 크죠


치킨 프랜차이즈 '네네치킨'을 운영 중인 현철호(55·사진) 혜인식품 대표에게 '도전'은 익숙한 단어다. 외항 선원을 꿈꾸던 소년에서 매장 1,130개의 네네치킨호 선장으로 우뚝 서기까지 매사 거친 파도와 같은 험난한 여정에 맞서왔기 때문이다. 연이은 역경에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고 사업이 풀리지 않을 때는 택시기사나 편의점주 등을 몸소 체험하며 성공의 묘수를 찾곤 했다.

현 대표는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게 결국에는 가능하게 된다'는 아일랜드 민족운동지도자 K 오브라이언의 말을 되새기며 난관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삼아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현 대표의 도전 역사는 대학 시절인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건국대 축산학과에 특별전형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재학시절 내내 'B'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모범생과도 거리가 멀었다.

진로를 결정할 졸업 무렵 첫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길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돼지·닭 등을 키우는 농장주였다. 학사모를 벗자마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여주·제주 등지의 양돈장 문을 두드렸다. 이들 농가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목부(牧夫)'. 돼지 등 가축을 돌보는 일이었다.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대학을 나와 선택하는 안정된 삶은 아니었다.

가시밭길을 예상하고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산 넘어 산'이었다. 우선 돈이 문제였다. 당시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으로 농장 설립 자금 1억원을 모으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최고의 농장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커졌지만 정작 그의 곳간은 채워지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

현 대표는 "결혼한 뒤에도 양돈장에 정착했으나 농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종잣돈도 마련하고 안정된 직장을 희망하는 아내의 뜻에 따라 마니커 영업팀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졸업 후 3년 만에 가진 안정적 직장. 닭과 첫 인연을 맺으면서 그는 샐러리맨으로 인생 제2막에 올랐다. 시작은 좋았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판매처를 넓혀가면서 우수 영업맨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입사 10개월 만에 마니커가 부도나면서 불행의 그림자가 덮쳤다.

그러나 굴복하지 않았다. 현 대표는 다시 맞닥뜨린 난관에서 식자재 대리점 창업으로 응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업 초기 2,000만~3,000만원에 그쳤던 월 평균 매출은 학교 급식 확대로 닭고기 등 식자재 납품이 크게 늘면서 3년 만에 5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그는 "당시 마니커를 미원(현 대상)이 인수할 예정이어서 회사에 남았어도 문제 없었다"며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기보다 창업의 길을 택한 게 인생에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현 대표가 혜인유통(현 혜인식품) 설립 자금을 마련한 시기도 이때였다. 그는 연 매출 60억원의 알짜 대리점 대표로 안주하기보다 모아둔 돈으로 회사를 차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9년 5월 네네치킨 1호점 의정부 신시가지점을 오픈했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의욕을 갖고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공의 길은 멀고 험했다. 무엇보다 신생 브랜드여서 인지도가 낮았다. 치킨 브랜드 최초로 피자 박스식의 포장을 도입하고 '배터딥(Batter-Dip)' 공법을 적용해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하면서 "색다른 맛이다" "포장이 신선하다"는 입소문이 났지만 속도는 더뎠다. 배터딥은 닭고기 표면을 달걀흰자 등으로 감싸는 일종의 코팅 공법이다. 조리 때 기름이 스며들지 않아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바삭하게 튀길 수 있다.

"초기 비용 절감을 위해 포장재를 무려 5만장이나 주문했지만 낮은 인지도 탓에 잘 안 팔려 20%는 폐기했습니다. 4만장을 소진하는 데만 2년6개월이 걸렸지요. 수요 예측이 실패한 겁니다. 기대와 달리 성장 속도는 느렸습니다. 2004년 8월 100호점 돌파까지 4년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출점 속도로는 다른 브랜드와 경쟁은 어림도 없었다. 인지도 향상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2007년 현 대표는 네네치킨호에 터보 엔진을 장착할 '신의 한 수'를 꺼냈다. '국민 MC' 유재석을 메인 모델로 발탁하고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시동을 건 것. 그를 비롯해 정준하·노홍철 등 무한도전 팀을 모델로 내세웠다.

효과는 곧 나타났다. 최고 모델과 뛰어난 맛, 차별화한 포장재 등으로 예비 창업자 사이에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2006년 500호점 개설 이후 단 4년 만에 매장 1,000곳을 돌파했다. 아울러 오리엔탈 파닭, 스노윙 치킨 등 신메뉴를 선보이면서 어느새 '국민 치킨' 반열에 올라섰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썼지만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룰 목표가 아직 많아서다. 우선 해외시장 공략이 급선무다. 로열티 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맺고 진출한 싱가포르 현지에 다음달 9호점을 연다. 오는 5월에는 호주 1호점도 오픈한다. 호주 시장은 네네치킨이 싱가포르에 이어 진출한 두 번째 국가로 지난해 8월 현지 기업 매니징디렉터 타키와 MF 계약을 체결했다. 네네치킨은 싱가포르·호주 등지를 적극 공략한 뒤 중국 등 여타 지역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가맹점 수익 증대에 꾸준히 신경 쓰고 있다. '가맹점이 행복해야 본사도 성장한다'는 철칙 아래 브랜드 친밀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게 가맹점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포츠 및 게임 마케팅으로 NC다이노스(야구), KT소닉붐(농구),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배구) 등과 손잡고 진행 중인 치맥존 운영, 시식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게임 블러드앤소울·리니지 등과 협력해 다양한 프로모션도 실시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백수(100수)클럽'을 선정, 배달 오토바이를 증정하는 등 가맹점 기 살리기에도 적극적이다. 백수클럽이란 하루에 판매하는 닭의 수가 100마리를 웃도는 점포를 가리킨다. 네네치킨은 전년 실적을 집계해 연초에 시상식을 연다. 백수클럽으로 선정된 곳은 올해 27개점으로 지난해(6곳)보다 훨씬 늘었다.



현 대표는 "네네치킨의 목표는 본사는 물론 가맹점이 상생해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라며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인정받는 치킨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He is…


△1961년생 △1988년 건국대 축산학과 졸업 △1995년 혜인유통 설립 △1999년 네네치킨 체인사업본부 설립 △2006년 혜인식품 설립 △2007년 농림부장관상 수상 △2011년 농식품파워브랜드 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2012년 한국유통대상 프랜차이즈 부문 대상 수상 △2012년 우수외식기업 우수상(대형가맹사업자 부문) 수상 △2014년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학원 생명환경최고위과정 수료 △2014년 서울대 식품영양산업 CEO 과정 수료 △현 혜인식품·대인계육유통 대표



"가맹점주와 소통 속에 답 있다"… 15개월 예정으로 전체 매장 방문

■ 현 대표의 현장경영

업무에 끌려다닌다 여겨질 땐 곧바로 배낭여행 떠나고
편의점 운영하며 유통시장 공부… 택시기사 체험하며 자신감 찾아
현장은 살아있는 교과서죠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에 몸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바로 업무에 끌려다닌다고 여겨질 때죠. 그러면 곧바로 짐을 싸서 떠납니다."

현철호 혜인식품 대표의 여행은 일반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우선 특별한 계획이 없다. 보통 여행 시기를 정하고 준비하는 이들과 달리 그는 '수동적으로 업무를 대한다고 여겨질 때'면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난다. 또 딱히 정한 여행기간도 없다. 항공편을 제외하고는 호텔 예약조차 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발길 닿는 곳이 그가 정한 여행 코스이자 당일 묵을 숙소다.

이처럼 관광·휴양이 아닌 배낭여행을 즐기는 이유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지금까지 찾은 지역만도 중국·캐나다·미국·유럽·터키·인도 등 부지기수. 세상을 교과서로 삼아 다양한 경험도 쌓고 현지 진출 기업도 방문하면서 살아 있는 삶의 지식을 얻는다.

CEO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에서 지식을 체득하는 방식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가 택시기사다. 그는 2011년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결정한 뒤 6개월간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동안 회사 운영은 전문경영인한테 맡겼다. 또 유통시장을 알아야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1년 동안 편의점 본사와 계약을 맺고 매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현 대표는 "택시 운전으로 한 달 벌어들이는 돈은 평균 170만원 정도로 당시 의지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편의점 운영을 통해서는 유통시장 구조를 공부하는 기회가 됐고, 특히 가맹점주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장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현 대표의 행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직원들이나 가맹점주와 만나 소통하는 장소도 바로 현장이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전국 1,130개 매장을 돌고 있다.

그는 "2년 전 970개 전체 매장을 찾아가 가맹점주와 대화하는 데만 13개월이 걸렸다"며 "앞으로 14~15개월간 가맹점주와 꾸준히 만나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 가면 가맹점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본사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며 "아울러 생산 공장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도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바라는 회사의 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웃었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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