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23%(5.04포인트) 내린 2,142.63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장 초반 상승 출발하며 2,15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에 장중 한때 2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2,120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전날 16거래일 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외국인은 623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기관도 1,352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은 2,297억원 순매수하면서 하락폭을 줄였다.
불 불은 코스피의 상승 랠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되살아난 엔저 공포다. 전날 7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900원이 붕괴된 원·엔 환율은 이날도 899원19전에 거래되며 900원선을 밑돌았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피 상승 랠리에 브레이크를 건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환율 변수"라며 "특히 원·엔 환율이 9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주들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005380)는 전일 대비 0.87% 내린 17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대모비스(012330)(-0.42%)와 만도(204320)(-1.31%)도 3일 연속 떨어졌고 현대위아(011210)(-3.17%)와 현대글로비스(086280)(-2.44%) 역시 하락 마감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 공포가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자동차업종 주가의 부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3개월간 20% 이상 뛰어오르며 상승장의 주도주로 떠오르던 조선주들도 엔저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현대중공업(009540)(-5.21%)과 삼성중공업(010140)(-5.85%), 대우조선해양(042660)(-6.53%) 등 조선주 3인방 모두 급락했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엔저가 지속될 경우 가격 측면에서 앞선 일본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조선업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저로 무장한 일본 조선업종은 지난 1월 신규 수주 시장점유율 46%로 한국과 중국을 따돌리고 선박 수주량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은 물론 관광·서비스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관광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관광서비스 등 내수 부문 역시 적지 않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30일 열리는 일본 중앙은행(BOJ) 통화정책 회의 결과가 엔저 지속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