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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몽헌회장 영결식] 영욕접고 아버지곁 영면

아버지가 묻힌 산기슭에 아들도 나란히 묻혔다.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안장된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검단산 자락에서는 8일 유족과 지인, 현대 관계사 임직원 외에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모여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고인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는 이날 오전10시 따가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근조 정몽헌 현대아산 분향소`라는 임시 입간판이 설치된 창우리 선산 입구로 들어섰다. 버스 23대 등 차량으로 이동해온 유가족 및 지인 등 800여명이 그 뒤를 따랐다. 검단산 자락에 자리잡은 선영을 향해 운구차가 흙길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동네 주민 200여명이 마중 나와 착잡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산중턱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서는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미처 분향하지 못한 조문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임시 분향소에서 100m 정도 올라가 오른쪽 양지바른 공터가 고인의 묘자리였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묘에서는 산밑쪽으로 50m 정도 떨어져 있다. 0…유가족과 친지를 중심으로 100여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하관식이 시작됐다. 정몽구 회장 등 유족들이 둘러싼 가운데 운구 인원 10여명이 천천히 하관(下棺)했고 조문객들의 눈물 속에 장자 영선군을 시작으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몽구 회장, 정몽준 의원,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순으로 관 위에 흙을 뿌렸다. 하관식이 끝난 뒤 정몽구 회장은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소나무들을 가리키며 “나무들을 좀더 옮겨 다 심어야 겠다”는 말로 동생을 먼저 보내는 아픈 심경을 내비쳤다. 0…도선사 스님들의 염불 속에 이어진 반혼제(返魂祭)를 끝으로 오전 11시45분 장례절차는 마무리됐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금강산 육로관광의 결실을 갖고 이곳을 찾은 게 불과 6개월 전”이라며 “그런 정 회장이 이렇게 부친 곁에 눕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보다 앞서 오전8시부터 영결식이 서울아산병원 잔디광장에서 엄수됐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과 함께 정대철 민주당 대표,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제프리 존스 주한 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등 정ㆍ재계 인사를 비롯, 2,000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0…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던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북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3~4차례 눈물과 탄식을 쏟아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김 사장은 “회장님의 업적에 대해 남북 7,000만 겨레는 물론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인들이 진심 어린 축하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보내왔다”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기에 회장님은 더욱 더 남다른 노력과 애정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해왔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손길승 회장은 추도사에서 “정몽헌 회장은 육로와 바닷길을 열어 분단된 민족이 화합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회고하면서 “고인이 이룬 일들은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한다는 신념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0…영결식에 앞서 오전 7시 장례식장 3층 빈소에서는 상주 영선군과 미망인 현정은씨, 정몽구 회장 등 유가족들이 천구(遷柩)의식(관을 움직이기 전에 지내는 제사)을 가졌으며 이어 1층 발인장에서는 유족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유교식 발인제(發靷祭)가 진행됐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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