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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 사업 그만… 컨트롤타워 만들어 중복·비효율 없애야

[리빌딩 파이낸스 2013 기로에 선 금융산업]<br><1부> 밸런스에 답이 있다 ④ 사회공헌활동 새 모델 필요<br>당국 무리한 출연 압력에 주먹구구식 집행 부작용<br>금융권 전국 영업망 활용 지역밀착 공헌할 수 있게 체계적 시스템 구축해야








2012년 연말 18대 대선을 앞둔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금융산업 영역에서도 금융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이와 동시에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의 보호 아래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지난 10여 년간 고도 성장을 이어나간 금융업의 과실을 저소득ㆍ저신용계층과 공유해야 한다는 시각인데 이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지난해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반 월가 시위는 금융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복잡한 시각을 대변한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수 년 전부터 권역별로 전담기구를 설립하고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철학도 목표도 없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사회공헌활동은 중복 지원과 비효율성이라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금융권 역시 정부주도하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피로감과 한계를 호소하며 체계적인 사회공헌 지원 시스템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사회공헌활동…피로감 고조=한 시중은행의 사회공헌사업 담당자는 하루에도 수 차례씩 정부의 각 기관으로부터 사회공헌사업에 출연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정부 부처도 제 각각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각 정부부처의 금고라도 되는 듯이 당연하게 출연금을 요구할 때 마다 난감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금융계는 자신들이 사회공헌활동에서 큰 축을 차지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유일하게 금융업권만 매년 영업이익 부문에서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추진되는 사회공헌활동에 금융권 전체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권이 326억원을 기부해 지방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건립하는 사업이나 서울 시내에 구립 유치원 건립(30억원 출연) 사업 등을 사례로 꼽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사업은 무엇보다 명분이 중요한데 서울 시내에서도 대표적인 부촌 밀집지역에까지 어린이 집을 지어줘야 하는지를 놓고 시중은행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컸다”고 밝혔다.



◇우후죽순 사업 집행, 샘물까지 마른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회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직접 챙기겠다”며 “사회공헌 역시 주문이 아닌 지시로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금융권이 이익확대에만 치중해 사회공헌활동에는 형식적으로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융계는 감독당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무리한 사회공헌 활동 요구로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 사업까지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청년창업재단(1,000억원), 대학생 고금리 전환대출사업(100억원), 구립어린이집 건립(30억원), 대학생 기숙사 건립(326억원) 등에 분담해야 할 부담금은 2,000억원에 육박한다. 더욱이 대형 시중은행들이 올해 9월까지 사회공헌사업비로 지출한 금액은 대략 600억원 안팎인데 이 중 70~80%는 은행권 공동 사업에 쓰이고 있다. 때문에 일부 시중은행들은 기존에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해오던 사회공헌활동 예산을 축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서울 시내의 고아원 및 양로원에 의료나 식재료 등의 생필품이나 가전제품을 전달하는 시중은행A 사는 사회복지 예산이 부족해 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들 복지시설에 보내는 생필품 항목을 1~2개로 간소화 하기도 했다.

금융계는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도 한다. 매년 영업이익의 1% 가량을 사회공헌 예산으로 책정하는데 올해 영업이익이 경기 침체 여파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경기 상황이 어렵다면 금융회사들의 충당금 적립 비중도 확대돼 사회공헌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선택과 집중…‘사회공헌 새모델’ 절실= 금융회사들의 사회 공헌활동을 효율적으로 진두지휘 할 사회공헌활동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하는 사회 공헌활동 창구를 일원화 해 금융권역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며 지원사업 및 분담금 규모를 할당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들이 적게는 500개에서 많게는 1,000개에 이르는 전국의 영업망을 활용, 지역사회에 밀착된 사회공헌 활동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는 선진국형 모델도 권장한다. 구정환 금융연구원 박사는 “해외 시장 보다는 국내 시장 비중이 높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우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평판위험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며 “사회공헌활동을 ‘비용’ 보다는 ‘투자’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회사의 CEO가 지속가능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처럼 금융회사 경영의 큰 틀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고민하고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는 모델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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