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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 대선의 의미

오는 2000년 미 대선에서 현재 의회를 지배하고 있는 공화당의 대선주자가 승리를 한다면 아시아, 유럽, 중남미에 확연한 변화가 올 것인가. 지난 92년 빌 클린턴이 조지 부시를 이겼을 때 한국에는 어떠했는가.클린턴은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나 노동당 집권때 해럴드 윌슨 영국 총리처럼 중도좌파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집권 2년 동안 인기도가 점차로 하락하자 클린턴은 로버트 루빈 재무부장관 같은 실용주의자들의 주장을 선호하는 주변 참모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로비스트들과 우파들에게 클린턴은 여전히 극렬 좌파로 여겨졌다. 하지만 미국의 모든 계층, 특히 여성이나 하류 계층에게 94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인플레 없는 경제호황은 달콤하게 느껴지고 있다. 일자리가 넘쳐 있고 월가는 수백만명의 연금예금자들과 뮤추얼 펀드 신규 가입자들에게 기록적인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공화당 지도부들은 아이젠하워장군 같은 인기와 리더십을 가진 대선주자를 원하고 있다. 공화당이 민주당의 전설적인 카리스마적 지도자 케네디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리처드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후 공화당이 정치적 공백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로널드 레이건 같은 유명 영화배우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레이건 이후 공화당에서는 미국민들에게 어필할만한 인물을 내놓지 못했다. 펫 부캐넌은 편협한 선동적인 정치가로 낙인됐으며 뉴트 깅리치, 필 그램, 딕 아미 역시 남부 백인주의자라는 이미지를 주었다. 20세기 초반의 넬슨 록펠러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스티브 포브스는 96년 대선에서 대선전략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TV 연설시간을 충분히 사들일 만큼 자금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레이건식으로 공급 중심의 경제정책을 주장했을 때 유권자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96년 공화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로버트 돌을 대선주자로 뽑을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흐름은 2000년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서고 있는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임명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전(前)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렇다고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이 조지 주지사의 대선후보로의 성장을 이뤄낸 모두는 아니다. 예일대 출신이자 동부 백인 그룹의 전형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부시 대통령은 부시 주지사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이 부족했다. 부시 주지사는 공직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게 그의 매력이다. 요즈음 정치가들은 쉽게 쓰고 버리는 종이 타월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부시는 높은 인지도와 상냥함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골수 공화당원처럼 극렬한 반 낙태주의자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부시 주지사 최고의 슬로건은 온건 보수주의다. 과거 공화당 출신 대통령중 인기가 높았던 아이젠하워나 레이건은 온건 보수주의에 눈을 돌린 바 있다. 나는 부시의 이런 점이 대선 경쟁에서 가장 커다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2000년 대선이 아직 16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대선 경쟁에서 초기에 앞선 리더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부시의 대선기금 마련도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 부시는 남은 시기 동안 마키아벨리즘을 극대화하는 대신 온건 보수주의라는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까지 부시와 그 참모들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예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당신은 공화당이 주장하는 8,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에 찬성하십니까?』 이에 『예』라고 답하는 대선 후보들은 생각이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부시는 저소득층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뛰어난 기지를 발휘했다. 다음은 21세기초의 미국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우려섞인 질문들이다. 『부시의 대선 승리가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일본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것인가』『부시의 승리가 한국 등 아시아, 중남미, 러시아 등 신흥시장국가들의 경제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미 경제를 연착륙시켜 계속 세계 경제안정의 주요한 동력역할을 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 운좋게도 미국에서는 지난 20~40년대의 고립주의와 같은 정치적 변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30년대에 독일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알았던 사람은 많지 않다. 1917년 레닌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탈출, 차르가 지배하고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잠입했을 때 이같은 소식은 신문의 톱기사로 다뤄지지 않았다. 다소 지루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불평하지 마라. 새로운 세기로 전환하고 있는 지금 선과 악의 전쟁같은 생사여탈의 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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