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곰 같은 수가 아니다 제5보(82~100) 흑83은 발이 느려 보이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다. 공격하자면 참고도의 흑1, 3으로 추궁해야 하는데 백이 4로 탈출하고 나면 흑이 도리어 부담스러운 전투가 된다. A에 끊기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B에 침략당하는 것도 꺼림칙하게 되는 것이다. 흑91은 표독한 수순. 콩지에는 군말없이 92로 튼튼하게 연결했고 송태곤은 93, 95로 상당한 집을 얻어냈다. 여기서 콩지에는 20분 이상 뜸을 들이더니 96이하 100으로 마치 아마추어 초심자 같은 둔한 밀어붙이기를 들고나왔는데…. “곰 같은 수 아닌가?” 검토실의 윤성현9단에게 물었더니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천만에요. 콩지에의 깊은 내공이 엿보이는 장면입니다. 이것으로 백이 유망해요.” “흑이 무엇을 잘못 두었지?” “서반 포석이 나빴어요. 좌하귀에 4수나 쓰고서도 별로 한 게 없어요.” “실전보 백96으로는 가에 두는 편이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게 제일감인데….” “그것은 흑이 나로 받게 되는데 그 수순이 백에게 이득인지가 의문입니다. 실전처럼 외벽을 튼튼하게 막아놓고서 백가가 아닌 더 결정적인 공격 수단을 노리는 것이 프로의 감각이지요.”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3-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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