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타기’ ‘회식비 명목 할인’…. 이윤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편법과 비정상 거래를 일삼는 일부 제약사들 때문에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한 노력 없이 편법으로 챙기는 제약사들의 부당이익이 고스란히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은 향후 도입될 보험약 선별등재(포지티브) 방식이 업계를 고사 상태로 내몰 수 있다는 ‘낯 두꺼운’ 푸념만 늘어놓고 있다. 7일 보건복지부와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옮겨타기’ ‘할인’ 등 다양한 편법을 써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제약사들의 불공정거래 행태가 재판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가져가는 부당이득은 물론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D제약 등 국내 유명 제약회사 6곳의 경우 이른바 ‘옮겨타기’ 수법을 이용해 약가 이윤을 높이려다 패소해 망신을 당했다. ‘옮겨타기’란 건강보험 약값이 낮은 자사 의약품을 포기하고 이와 동일한 성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약값은 더 높은 외국업체 의약품을 양수해 보험약으로 등재시키는 방법. 하지만 복지부는 “멀쩡한 자사 제조약을 버리고 타사 의약품으로 옮겨타기(양수)한 것은 편법으로 약가 인상을 시도한 경우”라며 이들이 신청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크게 낮췄다. 이에 반발한 6개 회사가 공동으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지난 5월 “일반적인 양수ㆍ양도와 다르다. 편법적인 약가 인상 방지를 위한 복지부의 처분은 정당하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라는 사익(私益)보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이라는 공익(公益)에 사법부가 힘을 실어준 것. ‘약장사꾼’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제약업계의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은 다국적 제약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의 보험약가 소송 관련 1심 판결 5건을 확인한 결과 외국계 유명 제약사 N사ㆍM사 등이 약국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면서 수금시 ‘송년회식비 지원’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가격 ‘할인’을 해줬다. 이는 비정상적인 할인액 대신 그만큼 약가를 저렴하게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점에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임병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가관리부장은 “지난해 조사한 요양기관 290곳 대부분에서 할인 거래가 포착됐다”고 밝혀 업계의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이 여전히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태 복지부 법무팀 사무관은 이와 관련, “향후 도입될 포지티브 방식은 신약 개발 노력은 하지 않고 편법으로 이윤만 챙기려는 ‘무임승차’ 제약사들을 대거 걸러내는 법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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