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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남성학] 풍즐거풍(風櫛擧風)

습한 여름 노출통해 성병 예방

설이나 추석 절기 다름으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 때가 바로 피서철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사람들도 프랑스인들처럼 ‘한 달간의 휴가를 위해 직장에 다닌다’는 피서족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옛날에는 피서라는 것이 없었다. 물론 한량들이 나귀에 바리바리 음식과 술을 매달고 기녀들까지 동행하여 산천경계를 유람했지만 일부에 국한되었으며 양반들도 대개는 세족(洗足)이라 하여,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전형적인 피서였다. 이처럼 피서문화가 빈약했던 우리나라의 전통에 비출 때 매우 과감한 피서법이 존재했는데 바로 풍즐거풍(風櫛擧風)이다. 남성들이 산에 올라가 상투를 벗어 산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고 심벌을 드러내어 볕에 쬐는 풍즐거풍은 유교문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무척 충격적인 피서법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심벌을 볕에 말리는 거풍을 즐겼을까. 성인이 되어 틀어 올린 상투를 풀어 바람에 날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완고한 양반들이 신체의 가장 은밀한 심벌을 노출했다는 것은 자못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 속내는 바로 질병 예방이다. 목욕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무더운 여름이면 땀으로 인해 사타구니에 염증이 잦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행동이 바로 거풍이다. 가뭄이 들면 여인들이 달밤에 산에 올라 소피를 봄으로써 지신(地神)을 화나게 하고 이로써 비가 내리게 했던 생산적(?) 노출과 비교할 때 거풍은 예방 노출이라고 하겠다. 이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의료시설이 빈약했던 옛날의 남성들은 임질을 비롯한 각종 성병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 특히 임진왜란을 통해 매독까지 전파된 이후로는 성병에 의한 사망률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옛날에는 성병을 화류병이라고 통칭했는데 그것은 기방을 통해 병균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아무튼 갑갑한 유교문화의 테두리 속에서 거풍을 즐길 수 있었던 선조들의 대담함과 이를 통한 예방 피서법이 눈에 잡힐 듯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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