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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경제 패러다임 바뀐다] 회사채 발행해 고금리 대출 상환… 기업 재무전략 새로 짠다

<2> 변하는 자금조달 패턴<br>7월에만 1조4400억… 3~5년으로 만기 길어<br>차입구조도 안정 효과… 중견기업까지 동참<br>은행은 "예금부채 줄여라" 보통예금 유치 팔 걷어


기준금리 인하 이후 지난 7월 한 달에만 차환 목적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7건, 1조4,458억원에 달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 기존의 고금리 대출 등을 상환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저금리 체제가 기업의 재무전략에도 많은 변화고 주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으로 금융권으로서는 고금리 대출의 상환이 늘어날수록 자금 활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근 은행권이 금리가 낮은 보통예금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도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바뀌고 있는 데 대한 대응전략이다.

민동원 현대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등의 발행을 통한 은행 대출의 상환 유인이 높아지면서 회사채 발행이 더 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행장도 "낮은 금리의 회사채 등의 발행이 늘어나는 등 자금조달시장이 바뀌고 있다"면서 "은행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은행은 다각도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회사채로 고금리 대출 상환…바뀌는 기업 재무전략=저금리 기조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저금리' 회사채를 발행해 '고금리'의 은행 대출을 갚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재무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8월 이후부터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8월 이후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기업들의 증권 신고서를 보면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발행계획이 있는 기업들 가운데 80% 이상이 자금조달 목적을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상환에 두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조차 차입금 상환용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 제일모직의 경우 3년물과 5년물로 모두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3.17%(3년물)과 3.31%(5년물)로 기존의 대출금리가 3.60%인 것에 비해 많게는 34bp(1bp=0.01%포인트)나 낮아 상당한 이자비용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역대 최대 규모인 7,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쇼핑도 1,000억원을 ING은행에서 받은 일반 대출 상환에 사용했다.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SK하이닉스 역시 산업은행 등 11개 국내외 은행에서 빌린 단기 외화차입금을 갚는 데 500억원을 쓸 예정이다.

대기업의 한 재무담당자는 "SK가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2,000억원은 금융권의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면서 "상환 금리 차이를 10bp만 줄여도 절감되는 이자비용은 엄청나다. 저금리이고 부동자금들이 우량 회사채에 몰리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당연히 회사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이 은행들로부터 받은 대출의 금리가 보통 4%를 넘는 경우가 주를 이루지만 최근 우량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3%대다. 은행의 대출금리와 회사채 발행금리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대출 평균 금리와 신용등급 'AA-' 3년물의 금리 차이는 올 2월 1.2%선이었지만 4월에는 1.5%대로 확대됐고 7월에는 2%에 육박한다. 또 회사채를 3년물 또는 5년물로 발행하면 일반 대출 기간에 비해 만기가 길어 차입구조를 안정화하는 효과도 있다.



기업들이 저금리의 회사채 발행을 더 늘릴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금부채 줄여라'…보통예금 유치에 팔 걷은 은행=예금은 은행의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부채다. 낮은 가격에 예금을 유치하는 게 은행으로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예대마진이 줄고 기업이 낮은 금리의 회사채를 발행,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는 상황에서는 금리 수준이 0.2% 안팎에 불과한 보통예금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건당 거래금액이 적더라도 복합적인 금융거래에 따른 수익이 상당히 안정적인 저금리성 예금 유치를 장기적 관점에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실세요구불예금은 수시로 들어왔다 빠지고는 한다. 6월에 7조3,000억원의 실세요구불예금이 들어오더니 7월에는 8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8월 말 현재 보통예금은 국민은행이 59조2,8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에 비해 6.2% 줄었다. 전체 규모로는 하나은행이 5개 은행 가운데 가장 적다. 8월말 현재 하나은행의 보통예금은 13조580억원이다. 하지만 증가율은 기업은행 다음이다. 지난해 말 12조5,740억원에서 8개월 동안 3.85%나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보다 4.17%가 늘어난 15조1,130억원이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은 "보통예금이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맞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복합적인 금융거래에 따른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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