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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거리의 PC방'

PC방은 IMF 관리체제가 극심해진 지난해 5,6월께 처음 출현했다. 온국민이 생계를 위해 못할 것이 없어 보이던 때다. 누군가가 먹고살기 위해 PC 몇 대 설치해놓고 장사에 나서면서부터 PC방이 하나둘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PC방은 잡초처럼 번져 지금은 무려 1만2,000개가 넘는다. 「PC방은 정보서비스산업의 풀뿌리」라고 PC방 주인들은 부른다. 그런데 PC방 주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전국에서 수 천명이 모여 연일 집회와 시위다. 문화관광부는 150평이 안되는 PC방을 멀티게임장으로 규정, 11월 8일까지 일제히 등록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단속한다고 했다. 그러자 PC방 주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PC방이 「멀티게임방」이라는 정부 규제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면 「스타크래프트」 같은 18세 이상 성인용 게임은 제공할 수 없다. 또 18세 이하 청소년은 밤 10시 이후 출입이 금지된다. 초등학생도 즐길 수 있는 「건전게임」만 제공하라는 것이다. 문광부의 조치에 대해 PC방 매니아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하지만 PC방은 그 반대다. 게임 프로그램 개발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시장 역할을 현재 PC방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게임방으로 등록하면 당장 손님이 썰물처럼 빠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갈등하는 문광부와 PC방 측의 인식 차이는 크다. PC방 업주들은 「인터넷을 이용할 할 수 있는 시설」로 본다. 「게임방」은 PC방의 한 부분일 뿐, 최근 들어 사이버트레이딩·정보검색·이메일 등 인터넷 관련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문광부는 PC방이 유해할 수도 있는 시설이어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정면 돌파를 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문광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국내 게임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육성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떠오르는 게임산업의 주무부처를 자임할 때는 「육성」을 내세우더니, 「규제」가 편리할 때는 그 쪽으로 선회한다. PC방이 좋든, 나쁘든 현실적으로 한국의 최대 게임 소비시장임을 감안하면 문광부 정책의 초점은 흐릿해 보이기만 한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보통신부의 태도다. 사실, PC방이 이처럼 늘어난 데는 정통부가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정통부가 「PC방을 국민의 정보인프라 키우겠다」고 공언한 때의 메아리는 아직 채 사라지지 않았다. 정통부의 「말」을 믿어 꿈과 희망을 품고 PC방을 차린 업주들이 대다수다. 정통부가 PC방을 「인터넷플라자」라고 불러주자 그들은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라는 단체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PC방 측과 문광부가 첨예한 갈등을 빚자 정작 정통부는 「소관 법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팔짱만 끼고 있다. 「국민의 정보 인프라」 운운한 것은 괜히 남의 소관 일에 집적대본 것인가. 『정부 하는 일이 다 그렇지』라고 누구는 말한다. 「더 이상 정부를 믿지 말자」라는 말을 국민들로부터 꼭 들어야 할까. 李在權(정보통신부 차장)JA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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