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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왕돌잠' 바위해안 대나무숲 볼만

빨려들듯 아름다운 해안 길 20km. 경상남도 영덕군 강구항에서 북쪽으로 축산항까지 이어져 있는 강축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축산항을 조금 못미쳐 축산면 차유리에 대나무 빽빽한 조그만 섬, 죽도(竹島)가 보인다.그리고 바로 옆, 한적한 어촌이 있다. 커다란 바위들로 뒤덮여 있는 이 곳은 왕돌잠. 영덕 대게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왕돌잠. 어원부터 살펴보자면, '왕'은 매우 크다는 뜻이고, '돌'은 땅이나 들 또는 산을 의미하며, '잠'은 바다 속에 잠겨 있는 바위를 뜻한다. 수심 300미터의 대륙붕인 왕돌잠 해안은 깨끗한 모래밭으로 이뤄져 옛날부터 정결한 곳을 좋아하는 대게가 많이 살고 있었다고 전해져 온다. 영덕에는 이곳 왕돌잠과 영덕대게에 얽힌 설화가 하나 있다. 때는 조선 초기. 어느날 임금님의 수라상에 대게가 올랐다. 얼마나 맛이 좋았던지 임금님은 체통도 아랑곳 없이 게 살이 코와 입에 덕지덕지 묻어도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본 신하들은 민망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론 한동안 수라상에는 대게를 다시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임금님이 그렇게 맛있는 대게를 잊을 턱이 있나. 이제나 저제나 대게가 상에 오르길 기다리던 임금님은 참다 못해 "대게를 당장 올리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갑자기 대게를 어디서 찾나?" 신하들은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대게 찾아나서기를 수개월. 천신만고 끝에 신하들은 지금의 영덕군 축산면 죽도(竹島) 부근에서 한 어부가 대게를 잡는 것을 찾아냈다. 마침 다리 생김새도 대나무처럼 꼿꼿하고, 잡은 곳도 대나무섬 인근이어서 이름도 '대게'가 되었다. 그렇게 다시 수라상에 올라간 영덕대게는 최고의 진상품이 되었다는 '전설 따라 삼천리'. 왕돌잠이 영덕대게의 고향이 된 사연이다. 영덕 사람들은 영덕대게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이 설화를 빌어 왕돌잠을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선포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설화는 설화라 치더라도 영덕군 연안에서 잡은 대게는 역사 속에서도 유명하다. 이 곳 대게는 다른 곳에서 잡은 대게 보다 다리가 길고 속살이 알차고, 맛도 담백하고 쫄깃쫄깃하다는 소문이 퍼져 일제 때부터 전국의 상인들이 강구항이나 축산항으로 몰려들어 대게를 많이 사 갔다고 한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영덕대게는 영덕군 일대 해안 모래밭까지 기어 나와 돌아다녔고, 마을 아낙네들이 찐 게를 망태에 담아 팔러 다녔을 정도로 수확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엔 생산량이 뚝 떨어져 일제 때 생산량의 10%인 한해 300톤 정도만 잡힌다. 대게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곳도 영덕이 아니라 울진이나 구룡포 앞바다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1996년 이름을 둘러싸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생겼다. 대게의 주산지인 울진 사람들이 '영덕대게'를 '울진대게'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이 주장은 재판으로까지 번져 결국 '울진대게'와 '영덕대게'를 함께 쓰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울진의 대게 음식점은 간판을 '울진대게'로 바꿔 달았지만, '영덕대게'에 익숙한 관광객으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똑 같은 대게라도 '영덕'이 앞에 붙어야 인정을 받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울진이나 구룡포에서 나는 게도 영덕의 대게 집산지 강구항으로 실려와 '영덕 대게'로 팔려나간다. 막상 요즘 왕돌잠에서는 대게다운 대게는 잡히지 않는다. 주로 잡히는 게 500~600g 정도의 작은 것을 뿐이다. 그래도 '원조'는 '원조'. 영덕군에서 세운 원조대게 기념비가 대게의 고향 내력을 말해준다. <여행메모> ◇교통=<자가운전>▦경부고속도로 경주IC~7번 국도~강동~28번 국도~포항 흥해~7번 국도~영덕~강구항~강축도로~왕돌잠 ▦중앙고속도로 제천IC~5번 국도~안동~34번 국도~청송 진보~영덕~강구항~왕돌잠<버스>▦동서울터미널에서 영덕행 1일 1회(6시간30분 소요) ▦영덕읍에서 강구항까지 10여분 간격으로 군내버스 운행. ◇주변명소=<경보화석박물관(054-732-8655)>국내 유일의 화석박물관. 세계 20여 개국에서 모은 화석들이 약 1,500여점 전시돼 있다.<고래불해수욕장>국내 최장의 백사장(8km)을 자랑한다. 한적한 모래밭을 걷는 정취가 좋다.<신돌석장군 생가(054- 730-6391)>을사조약 이듬해인 1906년 의병을 일으켜 일제에 저항한 의병장 신돌석장군의 생가. 1995년에 복원됐다.<괴시리 전통마을(054-733-7852)>200년된 고가옥이 30동 있는 전통마을. 목은 이색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문의= 영덕군 문화관광과 (054)730-6396 또는 인터넷(www.youngduk.kyongbuk.kr) 영덕=글·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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