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이르면 오는 5월 베트남 하노이에 주재원 1명을 파견하고 추후 사무소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올해 예산 5억원가량을 책정했다. 뉴욕과 런던ㆍ베이징ㆍ도쿄 등 세계 네 곳에만 사무소를 두고 워싱턴ㆍ프랑크푸르트ㆍ홍콩 등 세 곳에 주재원을 두고 있는 금감원이 시카고ㆍ파리ㆍ두바이ㆍ싱가포르 등 쟁쟁한 국제 금융도시를 제치고 하노이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금감원의 하노이 주재 이유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베트남에는 하노이와 경제 수도 호찌민에 국내 은행과 증권ㆍ보험회사 50여 곳이 사무소와 지점ㆍ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다. 특히 현지 영업에 앞서 이를 준비하는 사무소가 절반 이상이지만 베트남에서 은행 및 보험, 금융투자업 인허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의 매력은 크지만 사회주의 국가여서 새 금융상품에 대한 인가를 받기조차 쉽지 않다" 며 "민간 기업의 정부 접촉은 한계가 있어 당국이 진출해 애로사항을 직접 해결하는 창구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이 국내 금융권의 해외 진출 전초기지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금감원이 베트남에 관심을 쏟는 더 큰 배경에는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가 있다.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이 수천억원을 캄보디아에 투자한 사례에서 보듯 해외 진출을 명분 삼아 거액의 고객 돈을 금융회사가 교묘하게 나라 밖으로 빼돌릴 수 있다는 경각심이 커진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동남아시아 진출이 부쩍 늘었는데 현지 감독은 부실해 자산 빼돌리기와 비자금 조성 등 의심스러운 금융거래가 많다" 며 "하노이를 중심으로 주변국 진출 금융회사의 동향 파악과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