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뉴올리언스 사태. 태풍은 사라졌지만 남은 건 미국 사회 치유되기 어려운 양극화의 문제다. 그 동전의 양면인 빈부차. 문명과 함께 해온 이 문제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양상은 그저 팔장만 끼고 바라볼 수만 없는 인류사의 영원한 숙제다. 시장인가 정부인가, 성장인가 분배인가의 논쟁과도 직결된 지구촌 빈부 차의 현황을 진단해본다. 』 지난 1995년 덴마크 코펜하겐. 사회발전 정상회의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적 행동계획을 굳게 결의했다. 그 뒤 10년. 지구촌 상황은 개선되기는 커녕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불평등은 소득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기본적인 사회적 서비스, 정책 결정의 불공정성 등에서도 차별은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빈부 격차가 폭력과 테러의 악순환을 만들 것” 유엔경제사회국(DESA)이 최근 발표한 ‘2005년 세계 사회상황보고서-불균형의 곤경’의 결론은 우울하다. ▦갈수록 악화되는 지구촌 빈부격차=선진국 10억명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80% 차지. 반면 나머지 50억명이 20%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 사태 개선의 가능성도 별로 안 보인다. 이른바 20대80의 사회-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의 모습이다. 빈국과 부국 사이엔 경제적 수입 뿐만 아니라 평균 수명, 교육 및 의료 등 각종 사회적 서비스 부분에서도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미 인구조회국(PRB)은 최근 지구촌 불평등 상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세계 64억 인구의 53%가 절대 빈곤선의 기준인 하루 2달러도 되지 않는 생활비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대부분은 아프리카, 중동 및 라틴아메리카 거주민. 더 큰 걱정은 경제 및 보건 수준 등이 낮은 이들 저개발국들이 앞으로 세계 인구증가를 주도할 것이란 점이다. 후진국에서의 이 같은 인구폭발은 절대 빈곤 인구 확대로 연결, 지구촌 미래의 불확실성을 한층 높일 것이 확실하다. ▦중산층이 무너진다…국가별 상황=지구 전체 지도를 놓고 본 빈부격차도 그렇지만 개별 국가별 상황도 심각하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부터가 문제다. 지난달 30일 센서스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 부시 대통령 재임 동안 빈곤층은 확대일로를 걸었다. 인구 13%, 3700만명에 이르는 수치다. 미 최고경영자(CEO) 수입은 생산 노동자의 무려 431배. 지난 82년 42배, 90년 107배에 비하면 증가 속도 또한 엄청나다. 게다가 경제력 세습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월스트릿저널의 또 다른 보도는 양극화로 치닫는 미국 사회 모습을 확인해주고 있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이미 보기에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베이징과 텐진 주변에만 한달 수입이 2만원이 채 못 되는 절대 빈곤층이 272만명이다. 이들과 대도시 평균 주민들과의 생활 격차는 최소 50년. 중국 전체로도 마찬가지며 앞으로 중국 사회를 뒤흔들 최대 불안 요인이다. 빈부차는 이처럼 지구촌 거의 대부분 나라에서 확대되는 공통적 현상이다. 한편 이 같은 원인으로, 또 결과로서 전지구적 중산층 몰락의 현상은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대표적 케이스가 일본이다. 지난 60년대 90%를 넘었던 경제적 중류층이 10년 불황의 와중에 몰락, 이른바 ‘격차사회’의 양태가 뚜렷해졌다. 미국의 경우도 1990년~2004년 중산층 소득이 11% 증가에 그친 반면 빚은 80%나 폭증, 상당수 중산층의 몰락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 밖의 많은 국가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빈부격차 확대의 원인에는 각국별 성격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 부시의 친기업 정책과 부유층 위주의 감세 정책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은 성장 초기 부의 불평등이 커진다는 이른바 쿠즈네츠 커브 형이다. 일본은 불황으로 인한 ‘잃어버린 10년’ 동안 중산층의 붕괴되며 나타난 경우다. 빈부 격차가 가장 극심한 남미의 불평등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후유증이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부산물…10대90 사회도 시간문제=지구촌 양극화와 관련 DESA 보고서는“개발 전략으로서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소수에 의한 부의 축적을 초래하고 빈곤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개발에 대한 포괄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처방을 위한 진단의 측면에서 본 글로벌 빈부 격차의 원인은 여러 부문에 걸쳐있다. 가령 기술 발전과 글로벌화의 진전이 노동자 계급의 급여 인상을 억제한 점, 의료 복지비 등이 늘면서 소득 증가를 갉아 먹은 것 등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역시 신자유주의 세계화 책임론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결국 미국 중심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 탈규제와 개방,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근간으로 한 신자유주의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질서는 특히 월가(街)식 표준화다. 윤리적 논란 이전에 이 시스템을 철저히 간파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나가는 그룹과 그렇?못한 그룹간의 차이가 부(富)의 차이로 직결되는 것이 오늘 지구촌의 현실이다. 마치 주식 시장 메커니즘 이해의 정도가 투자의 성공과 실패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과정에서 세계화가 옳은 가치냐 그른 가치냐는 별개의 사안이다. 신자유주의 시장 ‘게임의 법칙’에 대해 앞선 이해를 가진 기득권 계층이 부의 대다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거다. 문제는 이 같은 빈부격차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신자유주의적 질서, 세계화가 가속화될 것인데 따른 현상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20대 80의 지구촌이 10대 90의 사회로 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따른 빈부 격차의 부작용을 막고 절대 빈곤 퇴치를 위해선 각국, 특히 선진권의 사태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까지도 그래왔지만 정말 전 인류적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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