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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오픈AI-MS 동맹의 유효기간 [정혜진의 라스트컴퍼니]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 제공=MS




2023년 11월 기자는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33번 빌딩 ‘이그제큐티브 브리핑 센터’의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평소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MS의 전략 컨트롤 타워인 이 곳에서 몇 분 뒤면 나델라 CEO와 인터뷰할 수 있는 한 시간이 주어질 터였다. 복도의 한 쪽 벽면에는 타이포그래피 벽화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벽화의 중심부에 쓰인 문구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파트너들은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합니다(Partners make more possible)’.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한 쪽 벽면을 채운 파트너십의 원칙에 관한 문구 /레드먼드=정혜진기자


오픈AI와 샘 올트먼 둘 다 품은 나델라의 한 수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이 인수로 이어질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 같이 답했다. “우리는 투자도 하고 파트너십도 맺고 필요하면 인수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트너십’과 ‘인수’를 양자택일로 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얄궂게도 양자택일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인터뷰가 진행된 바로 다음 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 이사회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이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샘 올트먼 축출 사태’의 서막이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오픈AI 내부 상황을 주시하며 말을 아끼던 시기 나델라 CEO는 과감하게 목소리를 냈다. 나델라 CEO는 별도의 입장 발표를 통해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굳건하다”며 “동시에 올트먼 CEO 개인에 대해서도 굳건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주주인 MS가 뚜렷하게 입장을 제시하자 이어 초기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 벤처스 대표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올트먼 CEO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이어 다음 날에는 올트먼 CEO와 공동 창업자인 그렉 브록먼을 MS의 AI 리서치 팀에 전격 영입하겠다며 깜짝 발표해 위기 속의 샘 올트먼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판은 바뀌었고 오픈AI로 복귀한 뒤 올트먼 CEO의 위상은 더욱 굳건해졌다. 위기를 통해 오픈AI와 MS의 파트너십도 보다 단단해졌다.

“어떻게 마음이 변하니”

AI 시대의 최고의 파트너십으로 거론되던 오픈AI와 MS의 동맹이 시험대 위에 섰다.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오픈AI가 AI 코딩 기업 윈드서프를 인수하는 것과 관련해 지적재산권(IP) 접근권을 둘러싼 시각차였지만 갈등의 본질은 예고돼 있었다. 처음 MS가 오픈AI와 협력을 시작했던 2016년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오픈AI의 규모와 성격, 업계 내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2023년 MS가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49%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했을 때와 비교해서도 2년 반만에 오픈AI는 기업 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했다. MS보다 더 통 큰 투자를 해주는 소프트뱅크그룹 등 다른 동반자도 나타났다. 오픈AI는 달라진 상황에 맞춰 MS의 지분과 주요 의사결정에서의 영향력을 줄이고 ‘탈 MS’를 꿈꾸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창립 이래 꾸준히 쓰고 있던 MS 클라우드 애저로부터 탈피해 클라우드를 다변화하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오픈AI는 왜 탈MS를 추구할까.

“우리가 10년 간 구축한 수퍼컴퓨터 인프라가 없었다면 오픈AI는 우리를 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나델라 CEO가 그날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MS와 오픈AI의 협력은 단순한 투자 관계가 아니었다. 10년차를 맺은 이들의 동맹은 두 기업의 목표와 깊숙이 맞닿아 있었다. MS는 오픈AI의 GPT 모델을 코파일럿, 빙, 오피스 등 핵심 제품에 통합시켜 AI 시대에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을 꿈꿨고 오픈AI는 MS의 수퍼컴퓨터 인프라 위에서 AI모델을 훈련해 세계 최강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기반 위에서 10년 가까이 이어온 파트너십이 위기를 맞은 데는 서로에 대한 의존도에서 차이를 빚게 된 데 있다.



2023년 11월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오픈AI에서 쫓겨난 샘 올트먼 CEO가 MS 리서치 팀을 이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개인 링크드인 계정 갈무리


‘양자택일’ 대신 둘 다 가져가는 법

세계 최대 헤지퍼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그의 인생 원칙을 총망라한 저서 ‘원칙(Principles)’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인생은 양자택일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위대한 결정은 ‘둘 중 하나’가 아닌 ‘둘 다 가져가는 법’을 찾아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실제로 달리오 창업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투자 업계의 불문율에 의문을 품고, 리스크는 낮추면서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이를 ‘투자의 성배’로 명명했다.

오픈AI에 대한 투자 회수를 보장받는 동시에 AI 리더십을 유지하는 두 가지는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닌 조정을 통해 둘 다 가져갈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윈드서프와 같이 MS의 핵심 사업인 깃허브의 경쟁 영역이 겹치는 부분은 비경쟁 협약이나 공동 상업화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

경쟁적 협력은 이미 실행 중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설계하는 사고는 이미 2019년 MS가 소니와 함께 맺은 파트너십에서 발휘한 바 있다. 당시 두 회사는 콘솔 시장에서는 각각 엑스박스(Xbox)와 플레이스테이션(PS)로 경쟁했지만 클라우드 게임 인프라 분야에서 두 회사는 과감히 손을 잡았다. 또 AI, 이미지 센서, 스트리밍 기술에서 함께 연구개발(R&D)를 수행했지만 동시에 콘솔 사업은 철저히 경쟁 영역을 유지했다. ‘경쟁적 협력(Coopetition)’ 모델은 오픈AI와 MS가 직면한 갈등에서도 실마리를 던져준다. AI 시대에는 모든 회사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쟁 분야가 생기고 이 분야가 겹칠 수밖에 없다. 이를 인정한 상태에서 새로운 파트너십 관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사티아 나델라(왼쪽) MS CEO가 인터뷰를 마친 뒤 본지 기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정혜진기자


나델라 CEO는 자서전 ‘히트리프레시(Hit Refresh)’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우리는 플랫폼 기업으로 돌아가려 했고 다음 10년은 우리가 얼마나 절박하게 정체성을 지켜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둘 다 가져가는 법’을 통해 MS는 챗GPT 시대 이후 AI 시대의 중심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 창업 50년을 맞은 기업이 한때는 화석이 됐다는 평가를 뒤로 하고 시가총액 1위 기업을 탈환했다. 두 회사가 마주한 갈등은 파트너십의 진화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성장통에 가까울 수 있다. 지금 파트너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분과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파트너십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재설계하는 유연성과 상상력이다. 앞으로 두 회사가 꾸려갈 파트너십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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