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고객 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만약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고객 증권계좌 정보가 외부 해킹 공격에 뚫렸다면 투자자들은 한순간에 ‘깡통 계좌’를 차게 될 수도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에서는 지난 2012년 12월 한 직원이 사내에서 쓰는 컴퓨터가 해킹당해 업무 자료 일부가 빠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출된 자료는 코스콤의 전산실 설비와 관련된 내용이라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만약 이 자료가 고객 정보였다면 엄청난 파문이 일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코스콤은 2012년 9월 중순부터 사내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해 직원들이 두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했다. 업무 전산망에 인터넷 접속을 차단시켜 해킹 공격 등에 대비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해킹을 당한 직원이 업무 자료를 USB에 담아 사내 업무용 컴퓨터에서 인터넷용 컴퓨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코스콤이 강조한 ‘철통 보안’은 쉽사리 무너졌다.
이 직원의 컴퓨터가 원격 조정, 데이터 절취가 가능한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코스콤 업무 자료는 해킹 경유지 서버가 있는 일본으로까지 유출됐다.
코스콤 측은 “직원 1명의 인터넷용 컴퓨터 이외에 다른 컴퓨터에서는 악성코드 감염이나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내부 업무망에는 해커가 침입하지 못해 고객 정보가 전혀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킹 사건 이후 코스콤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터넷용 컴퓨터에 업무 자료를 저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보안 태세를 점검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사실상 독점으로 국내 증권시장의 전산을 책임지는 코스콤 인터넷망이 해킹에 뚫렸다는 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 해킹 피해가 미미했지만 코스콤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금융감독 당국, 국정원 등도 초미의 관심을 두고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콤은 국내 62개 증권사 중 35개사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계좌 정보, 거래 실적, 출납 관계, 투자 내역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스템 안정성이 비교적 높은 코스콤의 인터넷망이 뚫렸다면,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지 않으냐”며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보안과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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