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모처럼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들은 특히 그동안 폭락장에서 하락폭이 컸던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 등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가 미국ㆍ유럽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완전히 매수 기조로 돌아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32포인트(0.78%) 상승한 1,843.82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은 기관이 2,739억원을 내다 판 가운데 외국인이 1,951억원을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인 것은 4거래일 만이며 이날 순매수 규모는 지난 16일(6,620억원)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 매수세는 특히 전기전자와 자동차주가 포함된 운송장비업종에 집중됐다. 외국인들은 이날 운송장비업종을 1,263억원, 전기전자업종을 557억원 순매수했다. 전체 순매수 금액이 1,951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수금액의 거의 대부분을 두 업종에만 쏟아 부은 셈이다. 종목별로도 삼성전자(564억원), 현대모비스(449억원), 현대차(339억원), 기아차(298억원) 등 해당 업종 대표기업들이 순매수 상위 1~4위를 휩쓸었다. 외국인들은 최근 나흘 동안 전체적인 매도 기조 속에서도 운수장비와 전기전자업종은 2,000억원 안팎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순매수 상위 종목도 현대차(1,336억원), 현대모비스(1,246억원), 삼성전자(1,101억원), 하이닉스(562억원) 등 전기전자와 자동차주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외국인들이 IT, 자동차주를 집중 매수하는 것은 자동차기업의 경우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데다가 IT업종의 경우는 주가와 실적이 바닥권에 어느 정도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 업종은 이달 초 증시가 급락할 당시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커 실적 대비 가격이 싸다는 점도 외국인들의 매기를 자극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단기적으로 낙폭과대 우량기업 일부를 선별적으로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자동차주의 경우 실적이 견조한 데 비해 그동안 낙폭이 너무 컸고, IT주의 경우 반도체를 중심으로 최악의 상태를 지나가고 있다는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투매가 진정되면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는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대량 매도 양상은 이제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아직 글로벌경기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완전히 돌리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오는 10월 초까진 미국의 경제지표 흐름과 유럽의 정책공조 상황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대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해외 변수의 흐름에 따라 단기적으로 주식을 조금씩 사고 파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호전됐다고 보긴 어려워 미국과 유럽 경기 상황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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